공무원을 시작한 후, 처음 보는 남자 신입 공무원이었다. 내가 마시려고 손에 들고 있던 블랙커피 한 병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 신입 공무원과 마주쳐서 잠시 망설이다 건네주었다. 체격도 좋고 꽤 훈훈한 그 신입 공무원은 커피를 받고 굉장히 기뻐하며 나에게 스몰톡을 걸었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복도에 서서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잠시 했다.
그 신입 공무원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질 정도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조용히 소문이 들려왔다. 그 신입 공무원이 업무를 배우는 데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이고, 주식 책 몇 권만이 항상 책상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원체 남의 사생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너무나 뻔한 '라떼'이긴 하지만, 이 직군을 가지게 되는 데까지 꽤 험난한 과정이 있었던지라, 나는 이 직군에 어느 정도 자부심도 있고 나름대로는 일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신입은 ‘충분히 준비가 되는대로’ 이 직업을 그만두려 한다고 했다. ‘아니 뭐 시작하자마자 그만 둘 생각을 먼저 하고 시작한다고? 그럼 왜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여길 들어왔지...’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전체 회식이 있을 때 그 신입 사원과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잃었다 벌었다 하긴 하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주식과 국장을 모두 하거든요.”
주식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공부를 다 기본 이상은 해 온 사람들이니, 고시 공부하듯 주식 종목들을 공부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직업은 월급이 너무 적잖아요. 부동산은 영원히 우상향인데, 지금 제 월급으로는 영원히, 절대로 집을 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주식으로 월급 외에 돈을 좀 벌고, 어느 정도만 모이면 바로 대출을 내서 집을 한 채 사려고요.”
집 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던 터라 얘기를 듣던 나도 굉장히 마음이 혼란스럽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