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하는 마음

삶의 틈에서 피어나는 숨 같은 고마움에 대하여

by papamoon

요즘 저는 자주 감탄합니다.

하지만 그 감탄은 격렬하거나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의 정점 앞에서 터지는 탄성도 아니고, 위대한 업적에 보내는 박수갈채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조용한, 일상의 틈새에서 문득 피어오르는 한 줄기 숨 같은 감탄입니다. 이를테면,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부드럽게 번져올 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벽에 잠시 머물다 사라질 때, 식탁 위에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고요하게 놓여 있을 때. 그런 순간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조심스럽게 속삭이듯 말을 건넵니다.


“아, 고맙구나.”

“참 좋구나.”

“이렇게 살아 있음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 말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이 제 마음에게 조용히 건네는 인사입니다.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울림이, 그저 그렇게 스며들듯 자리를 잡습니다. 그 감탄은 삶을 잠시 멈춰 바라보게 하고, 잊고 지냈던 ‘살아 있음’이라는 감각을 다시 불러옵니다.


감탄은 모름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고 여기는 순간, 세계는 조용히 문을 닫습니다. 익숙함은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지식은 때로 경이의 문을 좁혀놓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모른다’는 마음,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금 바라보는 태도 속에서, 감탄은 조용히 제 자리를 되찾습니다. 감탄은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열려 있는 마음의 상태에서 비롯되는 태도입니다. 그것은 대상을 이해하거나 정리하려 하기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일입니다. 우리가 오래된 풍경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느끼는 법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에 한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감탄은 신앙의 언어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셨듯, 우리가 어떤 장면 앞에서 “참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일은 창조의 언어에 조심스레 화답하는 행위 인지도 모릅니다. 감탄은 단지 기분이나 취향의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를 대하는 태도이며, 삶에 대한 고요한 응답입니다. 사물을 효용이나 소유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 ‘있음’ 자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감탄은 멈추어 서는 일이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경청이기도 합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습니다.

건강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시간과 기억의 조각들을 흘려보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상실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감탄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탄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무관심과 냉소입니다. 모든 것이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바뀌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삶은 그저 흘러가기만 합니다. 그러나 감탄은 그런 삶의 틈에 작은 불빛처럼 들어와 다시 눈을 들게 하고, 마음을 여는 법을 일러줍니다.


저는 믿습니다. 삶이 아직 놀랍고, 세계가 아직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감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간다운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릴 때, 지나간 시간을 되새기며 그 조각들을 한 겹씩 마주할 때, 문득 깨닫게 됩니다. 그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저는 그때에도 조용히 감탄하게 됩니다.


“아, 이 모든 것이 기적이었구나.”


감탄은 기쁨 속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슬픔과 상실 속에서도 감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오히려 아픔 속에서 피어난 감탄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생존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하루에 한 번, 스스로에게 조용히 되묻곤 합니다.


“오늘, 나는 무엇에 감탄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하루의 풍경이 달라집니다. 전에는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고, 흘려들었던 말 한마디가 마음속에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감탄은 세상을 바꾸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그리고 그 세계 앞에 서 있는 내 마음의 태도를 바꾸어놓습니다. 감탄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감탄 없는 삶은 놀라움이 줄어든 삶이 아니라,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삶이라는 것을요.


감탄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오래된 본능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오래된 예의입니다. 살아 있는 것에 감동하고, 존재하는 것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마음.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배우는 존재, 다시 느끼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 감탄의 언어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아직은 서툴고, 아직은 미숙하지만, 하루에 한 번, 잠시 멈춰서 삶을 바라보고, 그 삶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참 고맙습니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인사의 여운이 남아 있는 동안, 저는 다시 하루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께도, 하루의 조용한 틈새 어디선가, 감탄 하나가 마음 깊은 곳을 부드럽게 적셔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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