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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즐거움

수영에서 배우는 삶의 리듬

by papamoon

저는 아침마다 수영을 합니다.

종종 누군가가 묻습니다. “왜 하필 수영인가요?”

그럴 때면 저는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딱히 뚜렷한 이유는 없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수영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권유였습니다. “이제는 정말 살을 좀 빼야 하지 않겠어요?” 그 말과 함께, 아내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저를 수영장에 등록시켜 버렸습니다. 아내는 가끔 그런 방식으로 제 삶에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고양이가 무릎 위에 올라앉듯이 자연스럽고 거스를 수 없게 말입니다.


처음 수영을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말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물은 생각보다 차가웠고, 제 몸은 예상보다 무거웠습니다. 팔은 마음과 따로 놀았고, 다리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누구나 초보 시절에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어색함을 겪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해 주는 존재였습니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리듬이 생기더니, 어느 순간 저는 그 리듬 속에서 조용한 평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영은 참 고요하고도 단단한 운동입니다.

많은 말을 나눌 필요도 없고, 땀이 흐르지도 않습니다. 몸은 쉼 없이 움직이지만, 마음은 오히려 잔잔해집니다. 그런 상태는 살면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요즘 저는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물을 떠올립니다. 오늘은 몇 바퀴를 돌아볼까, 호흡은 어떻게 나눌까— 그 정도의 단순한 생각만 품은 채 집을 나섭니다. 물속에서는 복잡한 계획도, 불필요한 고민도 없습니다. 그저 물을 가르고,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나아가면 됩니다. 아주 단순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놀라운 깊이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몸과 마음은 오히려 단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수영은 그런 단순함을 선물해 주는 운동입니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길은 늘 조용하고 맑습니다.

도시가 아직 반쯤 잠들어 있는 시간, 저는 천천히 걷습니다. 선선한 공기, 어스름한 하늘,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몸과 마음은 자연스레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수영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익숙한 냄새가 저를 맞이합니다. 약간의 염소 소독약과 샴푸 냄새가 뒤섞인 공기. 누군가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새로 시작되는 하루의 향기처럼 느껴집니다.


물속으로 들어서는 순간은 언제나 조용하고도 경건합니다.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가며, 발끝부터 서서히 물에 젖어듭니다.

물이 피부를 감싸는 그 찰나의 감각— 약간의 전율이 지나가고, 곧 익숙한 온기가 따라옵니다. 늘 비슷한 장면이지만, 매번 새롭습니다.


자유형을 시작하면, 몸은 물속을 가르며 조용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 팔, 두 팔,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단순한 동작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안에는 분명한 리듬이 존재합니다. 그 리듬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때, 저는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갑니다. 그 순간, 복잡한 생각도, 해야 할 일도 사라지고, 오직 움직이는 몸만 남습니다. 그건 실로 근사한 해방감입니다.


배영은 보다 여유롭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며 뒤로 유영할 때, 하얀 조명이 스쳐 지나가고

물속에서는 파란 레인 선이 흐릿하게 따라옵니다. 방향은 있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물 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살다 보면,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도 좋은 날. 그저 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 날. 배영은 그런 날과 참 잘 어울리는 수영법입니다.


평영은 조율의 운동입니다.

팔과 다리, 호흡이 하나로 조화롭게 맞아떨어질 때, 물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를 앞으로 밀어줍니다. 그러나 너무 세게 밀면 오히려 저항을 만나고, 너무 느슨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삶이란 것도 그런 원리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수영을 통해 저는 그런 균형을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접영은 힘 있고 강렬합니다.

팔을 휘저으며 상체를 물 밖으로 튕겨 올리는 순간, 잠시나마 수영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몇 번만 반복해도 금세 숨이 차고, 어깨가 무겁게 뻐근해집니다. “이제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지요. 그래도 가끔은 접영이 꼭 필요합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몸으로 털어내고 싶은 날, 무언가를 내면 깊숙이에서부터 시원하게 내보내고 싶은 날— 그럴 때는 접영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몇 바퀴쯤 돌고 나면, 몸은 적당히 지쳐 있고 마음은 한결 맑아져 있습니다. 피로는 참 정직한 감각입니다. 오늘 내가 움직인 만큼 남는 피곤함. 그건 참 기분 좋은 피로입니다. 살다 보면, 하지도 않은 일에 지치고, 의미 없는 말에 소모되는 피로가 많습니다. 그러나 물속에서 얻는 피로는 다릅니다. 이해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으며, 그 피로가 저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샤워실에서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면, 온몸이 조용히 풀어집니다. 물기를 닦고 거울 앞에 서면, 거기에는 조금 더 가벼워진 표정이 비칩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분명 무언가 다릅니다. “오늘 하루, 괜찮겠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정도면 참 괜찮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수영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삶을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만들어주었음은 분명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물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소중하고 값진 일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무기력해도, 수영장에 가면 저는 다시 괜찮아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수영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 조용히 기다려준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기회도, 사람도,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수영장은 다릅니다. 제가 다시 올 때까지, 말없이,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서 저를 기다려줍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도 수영장에 갈 것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단지 그곳이 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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