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겁니다

[서평] 부아C의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를 읽고

by papamoon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것을 온전한 언어로 풀어내는 일에는 늘 서툽니다. 그런데 마치 누군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나의 가장 깊은 사유를 투명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세상 가장 고운 단어들로 섬세하게 직조해낸 문장의 형태로 만날 때가 있습니다. 부아C의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는 저에게 그런 놀라운 조우였습니다.


제 내면의 무질서한 생각의 편린들이 저자의 섬세한 언어를 빌려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오랜만에 저 자신과 아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결국 쓰는 이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지요. 저자는 도대체 어떤 세월을 건너왔기에 이토록 정교하면서도 따뜻한 언어를 자아낼 수 있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졌습니다. 문장 너머에 있는 한 인간의 진솔한 성찰이,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주파수와 깊게 공명했기 때문입니다.


IE003573288_STD.jpg ▲책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표지 ⓒ 부아c



다정함, 인간 존엄을 향한 가장 지적인 성찰


가장 먼저 저를 멈춰 세운 것은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다정함을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상대를 안심시키는 반듯한 지능'이라고 정의합니다. 참으로 경이로운 통찰입니다. 우리는 흔히 배려나 친절을 타고난 기질의 문제로 치부하곤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상대에게 먼저 건네는 그 성숙한 태도는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단속하고 정돈해야만 가능한, 아주 고도의 지적인 태도이자 치열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도 바로 이 '존중'과 '배려'일 것입니다.


저자는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남에게 더 따뜻하다는 그 깊은 진실을 말합니다. 그 다정함 뒤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고독과 고통을 이겨내며 스스로를 일궈온 시간이 숨어 있겠지요. 이 책은 우리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실은 나 자신을 지켜내려는 가장 숭고한 노력이자, 타인의 보폭에 발을 맞추려는 다정한 의지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에너지를 보전하는 지혜와 비움의 미학


세상은 자꾸만 저희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라고 권유합니다. 타인을 시기하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소진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에너지를 아껴 쓰라고 조언합니다. 불필요한 감정의 소음에 나를 내어주지 않는 것, "그럴 수도 있지"라는 넉넉한 태도로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회피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끝까지, 그리고 온전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삶의 원칙입니다.


특히 '마음의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는 비유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바로잡으려 애쓰기보다, 스스로 내면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배려. 그것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사랑입니다. 비워내야 비로소 시절에 맞는 것들로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저자의 섬세한 필치를 거치니 비로소 제 삶을 지탱해 줄 정갈한 지표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백미러를 거두고 현재라는 정면을 응시하는 용기


우리는 종종 과거의 후회라는 백미러를 보며 현재라는 시간을 운전하곤 합니다. 저자는 아주 선명하게 일깨워줍니다. 그렇게 운전하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고 말입니다. 참으로 명쾌하고도 다정한 비유입니다. 이미 지나온 풍경은 저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어디를 바라볼 것인지는 오로지 나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죽음을 삶의 배경으로 삼아 '좋은 것을 미루지 않고 지금 사랑하는 것'의 소중함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고,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 당장 시작하는 용기.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 꽃피울 '자신만의 계절'이 있다는 격려는 큰 울림을 줍니다.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나의 행복을 위해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이라는 단 하나의 걸작을 완성해 나가는 가장 정직하고 아름다운 방법입니다.


고독을 통해 비로소 도달하는 회복의 시간


저자가 펼쳐놓은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외로움'은 쓸쓸한 결핍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장 밀도 있게 대화하며 삶의 중심을 잡는 '숭고한 회복의 시간'이 됩니다. 나를 정직하게 응시할 때 비로소 타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지혜는, 우리가 왜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며 스스로를 가꿔야 하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와 깊은 대화를 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승리한 사람만이 이런 투명한 언어를 길어 올릴 수 있는 법입니다. 저자는 그 고독한 시간을 기꺼이 감내하며, 저희에게 이 다정한 이정표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새해, 우리만의 걸작을 위하여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독자 각자의 마음속에 숨겨진 지도를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다시 그려주는 예술 작품에 가깝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마음속에 맴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다면, 부아C가 정성껏 마련한 이 다정한 문장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2026년의 새해를 시작하며, 누구보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잘 살아가고 싶은 저 자신과, 또 저마다의 길을 걷고 계신 독자분들께 이 책의 일독을 진심으로 권합니다.

기분 참 좋습니다. 이런 좋은 글을 만나 마음을 씻어내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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