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퇴사는 처음이라

프랑스 퇴사행정절차

by papeltina

드디어 나의 퇴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엊그제 내 업무를 인수인계받을 사람이 정해졌다며 보스가 날 찾아왔었다. 다음 달 중순쯤이면 가능할 꺼란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도 더 적은 인수인계 기간에 당혹스러웠다.


한국에선 박사졸업 후 랩을 나올 때 인수인계에 거진 3달이 걸렸었다. 하던 연구들도 마무리하고, 논문으로 나갔던 데이터 원본들도 백업하고, 실험용품도 정리하고, 샘플들도 찾기 쉽게 표로 만들어 두고, 주문서 관리 및 랩장 업무들도 넘기고 하는데 꽤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최소 3년 정도를 함께 합을 맞추며 일했던 후배들에게 넘기는 데에도 3달이 꼬박 걸렸는데, 배경지식도 다르고 이제 막 이곳에 올(온 것도 아니고 올!) 처음 보는 사람에게 4년간 준비해 온 논문들을 인수인계하라니. 번갯불에 콩을 볶아봐야 할 듯.




인수인계는 저런 식인데, 반대로 퇴사 관련 행정절차는 아주 보리밥 한솥 짓기.


프랑스 연구기관 퇴사 행정 절차

1. 퇴사의지를 내비치면 담당 보스와 2~3차례 퇴사확인과정을 하는 미팅을 한다. - 약 1달 소요

2. 보스를 통과된 나의 의지를 센터장님과 면담 약속을 잡아 확답한다. - 약 1달 소요

3. 서로 간 의사가 결정되고 나면, 퇴사 일정들에 대해 공유하고 컨펌받는다. - 약 2주 소요

4. HR에 연락해 계약 종료와 관련된 담당자 배정을 요청한다. - 약 1주 소요

5. 담당자가 배정되면 계약종료확정서 양식을 요청해 받는다. - 약 1주 소요

6. 3달에 걸쳐 드디어 받은 계약종료확정서를, 2주 전 컨펌받은 퇴사 일정을 토대로 작성한다. - 1일 소요

7. 작성된 계약종료확정서에 센터장님의 서명을 요청한다. - 약 1주 소요

8. 서명이 모두 완료된 계약종료확정서 완성본을 HR 담당자에게 꼭! 우편으로 보낸다. -약 1주 소요

9. HR담당자는 다시 HR센터에 나와 관련된 서류를 전달하고 확정받는다. - 약 2주 소요


이 길고 긴 절차는 심지어 정리조차 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조차 없어 진행하는 내내 우왕좌왕 난리도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갑작스럽게 퇴사를 말한 팀원일을 함께 처리하며 이렇게 미리 예습을 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프랑스인이었던 팀원조차 이 행정의 굴레에 빠져 퇴사까지 거진 2달은 스트레스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는 것 정도. 프랑스의 행정처리는 외국인에게만 힘든 건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에 새삼 위안이.

갑작스러운 퇴사로 똥을 선물했지만 매도 미리 맞아주고 위안도 돼주었으니 이제 퉁!

기쁘게 Bye!




여하튼 이제 나는 곧 실전으로 돌입한다.

예습 덕분에 우리 센터에 따로 계약종료확정서 양식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HR 담당자를 배정받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도, 계약종료확정서는 꼭 우편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도 완벽하게 파악완료 하긴 했지만, 여전히 저 험난한 행정처리의 늪이 겁나고 걱정되는건 어쩔수 없지.

프랑스에서 퇴사는 처음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서 오늘은 항공권을 검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