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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Apr 09. 2024

조카가 주세요 한다

조카가 주세요 한다 




피고 지는 꽃의 휘파람을 불어 주세요

봄의 뒷면 이끼 지도를 따라 걸어 주세요

펭귄처럼 걸어도 춥지 말아 주세요

목련나무 아래 산책하는 비둘기 커플을 못 본 척해 주세요

오줌 마려운 팬티를 봄볕에 잘 말려 주세요

봄의 미래를 펼쳐 김밥을 말아 주세요

숨바꼭질하는 꽃마리에게 못 찾겠다 꾀꼬리를 불러 주세요

벚꽃 잎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비틀비틀 따라가 주세요

옆구리 토라진 김밥의 몸개그에 웃어 주세요

봄감기 걸린 개의 기침에 목수건을 둘러 주세요

발자국 안에 들어있는 꽃잎을 방방이 태워 주세요


나랑 놀던 봄을 조카에게 털썩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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