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와 뚜기
마귀의 눈동자에 건배하고 싶은 그림책
마귀와 뚜기 / 다시마세이조 지음 / 백원영 옮김 / 여유당
그림책 '마귀와 뚜기'의 마지막 장면 속 대사.
"꼭 다시 만나자. 나의 뚜기야!"
온 힘을 다해 강물에 빠진 뚜기를 구해낸 마귀. 되려 마귀가 강물에 휩쓸려 가면서 뚜기에게 하는 말이 너무 사랑스럽다. 애절하다. 강물 위, 마귀가 타고 가는 나뭇잎 모양마저 하트라니.
마귀는 산책길에 메뚜기를 만난다. 마귀에게 메뚜기는 그저 먹음직스러운 간식에 불과했다. 마귀가 뚜기를 만나기 전에 토실토실한 메뚜기를 먹지 않았다면...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뚜기는 아마도 마귀에게 잡아 먹히고 한 몸이 되었겠지. 뚜기에게는 천만다행. 우리는 배불러도 더 들어가지만, 마귀는 뚜기를 내일의 간식으로 생각한다. 메뚜기는 마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안녕? 난 뚜기야."
"내일까지 기다려, 내 간식아!"
"또 만나."
뚜기의 말이 약속이 된다. 거미에게 잡아 먹히기 직전의 뚜기를 구해내는 마귀. 마귀는 직박구리로부터도 뚜기를 구해낸다. 자신의 몸이 상해가면서도 마귀는 위험에 빠진 뚜기를 매번 용감하게 구해낸다. 이쯤이면 마귀는 뚜기를 지켜내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마귀는 산책 나갔다 우연히 뚜기를 만난다. 마귀는 뚜기와의 만남이 너무 반가워서 뚜기가 간식이라는 걸 까맣게 잊는다. 이제는 마귀의 꿈 속에서까지 "살려 줘!"라고 외치는 뚜기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는데...
뚜 뚜루뚜 뚜 뚜루뚜 뚜루뚜 (이런 배경음악이 깔리면 좋겠다)
다음 장을 넘기면, 강물에 휩쓸린 뚜기. 죽을힘을 다해 구해내는 마귀. 결국 뚜기를 구해내고 물결에 휩쓸린 마귀. 마귀는 하트 모양 잎사귀를 타고 가며 뚜기에게 인사한다.
"꼭 다시 만나자. 나의 뚜기야!" 마귀의 눈빛이 압권이다. 절절 그 자체다.
다시마 세이조는 검정, 흰색 작은 동그라미 딸랑 두 개로 눈을 그려내고 그 안에 마귀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다. 이 그림책은, 마귀의 눈동자를 따라가면서 꼭 읽기를 추천한다.
뜬금없이 '멜로가 체질' 드라마에서 손석구가 소주잔을 전여빈의 눈동자로 직진하던 장면이 겹친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다시마 세이조의 생명력 넘치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꺼져가는 눈빛, 시들한 마음이 꿈틀꿈틀, 일렁일렁 춤추듯 되살아 난다. 당차고, 유머러스하고, 모험 가득한 이야기도 나를 사로잡는다.
표지 이미지 출처 : 마귀와 뚜기 - 예스24 (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