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털개구리미나리
식물 그리기 5회 차. 오늘은 야생꽃을 그리는 날. 연잎이 넘실거리는 호수공원 쪽으로 먼저 가본다. 오! 분홍 연꽃이 두 송이 피어있다. 기다리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지난주에 고마리를 만났던 징검돌을 향해 걸었다. 햇볕은 쨍쨍이지만, 입추가 지나서인지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고마리 옆에 검지 손톱만 한 크기의 환한 노랑꽃이 피어있다. 줄기 맨 위에 연둣빛 뾰족뾰족 동그란 열매. 살짝 겁먹고 조심스레 만져보니 따갑지는 않다. 끝이 뾰족하고 납닥하게 잘은 씨앗들을 동글동글하게 뭉쳐놓은 것 같다. 줄기 전체에는 거슬거슬 털이 많이 돋아 있다. 노랑 꽃잎 다섯 장은 한데 붙어 있지 않고 사이가 조금 벌어져 피어있다. 노랑 꽃잎에서 반들반들 윤기가 난다. 사람으로 치면 꿀피부다.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가운데 연둣빛 부분이 커지면서 씨앗(열매)으로 영글겠지.
털개구리미나리.
귀여운 이름이다.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절로 노래가 흘러 나온다. 잎사귀가 미나리와 흡사하다. 개구리 닮은 구석은 없어 보이는데... 왜 털개구리미나리일까.
털개구리미나리, 너는 이름이 마음에 드니?
나도 태어나보니 방숙미였다. 초등학교 때 남학생들에게 툭하면 방구, 방구쟁이라고 놀림도 참 많이 당했다. 이상한 냄새, 소리 나면 나를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선생님들은 순미, 미숙이라고 부르기 일쑤였다. 내 이름이 몹시도 싫었다. 다행히 오래가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 교생 선생님 오셨고, 떠나는 날 반 친구들 모두에게 엽서를 주셨다. "숙미 이름에서는 풀냄새가 나." 그때 처음으로 내 이름을 가만가만 불러보았다. 숙미. 숙미. 풀냄새...
선생님은 '숙미'에서 쑥, 미나리... 를 떠올린 걸까. 엽서를 받은 이후로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풀냄새가 나면 선생님이 가끔 떠오르고 내 이름도 불러본다.
털개구리미나리.
개구리가 많이 나오는 데서 자라는 미나리라고 털개구리미나리라 한다. 잎사귀를 다 그렸더니 앉아있는 개구리의 뒷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식물을 그리다 보면 나름의 표정이 읽힌다. 아마도 나에게만 보이는 표정이겠지.
"이게 나라고? 너무 구부정해. 잘 봐. 위로 쭉쭉 뻗어 있거든." 털개구리미나리는 다시 그려달라며 개굴개굴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