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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Oct 10. 2024

나의 이방인에게_45

고기 고비 

고기 고비 



이제 살아있는 목숨 그만 등쳐먹고 싶다

먹고 싶다로 끝나는 문장 때문일까?

결심해도 목숨 맛을 끊지 못한다 


고기 넘기는 고비 

고비 열 번 넘기고 다시 고기


시래깃국에 고기 넣고 끓였더니

입에 잘도 들어가는 내가 괴기


넘어도 넘어도 고비

이건 뭐 스무고개도 아니고 

고기 대신 모래 씹히는 고비사막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고기 고비 넘자 


넘자 넘자 넘어보자꾸나

이건 뭐 이상의 줄넘기도 아니고 

고기의 고비는 잘도 찾아온다


지금껏 고기 먹고살아봤으니 

이제는 안 먹고도 살아봐야지


사람이 어떻게 살던 대로만 살아 

고기만 구워 놓으면

무아지경 황홀경

쉽사리 빠지던 내가 

정신 줄 잡고 


소고기는 소다

삼겹살은 돼지다

치킨은 닭이다 


너희 생생한 동공을 상상하며 

한 점 한 점 젓가락질 미뤄 보는 거지

젓가락 질 서툰 사람처럼 

고기 집다 놓치고 집다 놓치고 

세 개 먹을 거, 한 개만 꼭꼭 씹는 거지 

예전에는 한 쌈에 고기 두 개 넣던 게 나야


직립한 내 등을 버리고 가로로 놓는다

엎드려 한 마리 짐승처럼 굴게

내 등 위에 앉아서, 너의 무게를 나에게 줘

내가 너를 업고 놀게


연필필연 이사사이 의자자의 식초초식 시계계시 동공공동 지금금지 호환환호 장문문장 고기기고 현재재현 용이이용 안개개안 교육육교 시집집시 감독독감 명사사명 동사사동 조사사조 시작작시 등등… 


고기 고비를 넘으면서 

등을 접으면 한 단어가 되는 두 글자 단어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어 

살던 대로 안 살면 새로운 취미가 생기네

절로 끄덕끄덕 


친구는 집에서 매일 백팔 배를 하니까

집이 절이래

집이 절이라 절하면

긴 글 필요 없이 고기 고비를 절로 넘길 수 있을 거 같아 

구구절절 대신 끊을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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