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양 새똥과 첫눈사람

by 고라니

마음이 향하면 들리고, 다가와요. 새가 꼭 그랬어요. 어딜 가든 새소리가 들렸고, 새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죠. 내 마음이 새로 가니, 새에게도 내가 조금은 있을 것 같은 착각. 걸으면, 새들이 오! 나왔다. 하면서 아는 체하며 반기는 것 같았어요. 그 느낌은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구겨진 마음을 펼쳐 주었죠. 새들의 노래에 맞춰 가볍게 춤추듯 걸어봐요. 누군가 본다면 우스꽝스러울지 몰라요.


어제 해 질 무렵 동천을 걸었어요. 약속시간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걸었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요. 사람들이 주로 걷는 길에서 벗어나 천변에 착 붙은 좁은 흙길을 따라 걸었어요. 새하얀 새똥의 흔적이 마치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듯 씩씩하게 보란 듯 나아가 있었어요. 계속 계속 나를 따라 마중 나오는 하양 새똥. 유난히 그 주변에서 삐빕 삐빕 통통 무리 지어 튀어 오르는 알락할미새들의 똥일 거라 추측했어요. 비 오기 전에 이 새하양을 따라 또 걸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새똥은 어쩜 이리 하양일까. 새똥을 볼 때마다 그 새하양에 감탄하게 되어요. 하양이 꽤 커요. 알락할미새의 몸집보다도 클 것 같은데요. 몸집보다 더 큰 똥을 싼다고 하니, 미소가 지어져요. 새똥이 적당한 간격으로 있어서 걷는데 심심치 않았어요. 새똥은 흰 물감을 찍어 붓을 겨우 잡고 그린 아이의 동그라미 같아요. 숟가락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그려놓은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엄마, 눈사람에요." 하면서 하양 위에 하양을 올린 그림을 엄마에게 주는 아이의 모습도 그려져요. 아이의 첫눈사람. 어제 카페에서 커다란 순백의 하양 모자를 쓴 아기를 보았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순간에만 나타나는 첫눈사람인 듯해 잠시 바라보았어요. 첫눈으로 만든 눈사람. 맞아요. 저의 마음은 온통 첫눈을 기다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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