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방인에게_48

by 고라니

겨울나무 크크크


나무들은 빛을 간직해 겨울을 난다.

겨울 나뭇잎은 반짝인다.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서 볕을 받고 가만히 서 있다.

내 그림자가 나무와 닮아가기를 바라며. 용기 없는 겨울에도 나무를 보니 용케 걸을 수 있다.


빛과 볕

겨울 양식


나무 수피는 암호다.

그 누구도, 나도 풀 수 없다. 심지어 그 나무도 못 푼다.

다만 나는 그것이 나무가 나에게 걸어오는 귓속말 비슷한 것임을 안다. 잠시 걸음을 멈추라는 신호임을 안다.


눈치가 없는 편, 나무에게는 눈치가 빠른 편.


나무가 봐달라고 하면 봐주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찍어주고 그려달라고 하면 그려주고 주고 주고 주다 보면 처진 어깨와 고개가 어느새 들려있다.


나무는 구름과 나를 이어주는 높다란 선분

구름을 볼 때 나는 나무 마음


나무 그림자가 짙은 날

나무에게 나를 나무로 슬쩍 소개한다.

나무나무나무 나 나 무 나 무 나 무 나 무 사이에 껴서

나 나무나무나무나무….


나무는 나무라고 눈 감아주고,

햇살은 윙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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