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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인형 Jun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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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모양

"으아...... 흐어 흐어....."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 40분이다. 이미 수업이 시작되어 조용해진 복도에 지아의 절규는 더욱 구슬프게 울렸다.

월요일이라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길어지는 지아의 울음소리에 걱정이 된 나는 복도로 나가 상황을 살폈다. 


지아는 복도 쪽을 항해 다리를 뻗은 채 반쯤 열린 교실 미닫이문 사이에 앉아있었다. 


"지아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엄..... 엄마. 엄마 보고싶......"

나의 물음에 지아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지아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수업을 이어가던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내 품으로 파고드는 지아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제가 할게요."


선생님은 지아의 몸을 교실 안쪽으로 당겨 앉히고는 교실 문을 닫았다.


......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우는 거래요. 그런데 매일 그러잖아요.

지아만 달래주면 다른 애들도 따라서 울어요. 


선생님, 지아가 사정이 있어서 주말 동안 어머님하고 떨어져 지낸 모양이에요. 그래서 오늘 더 불안해한 것 같으니, 그럴 땐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따뜻하게 안아주면......


울음 그치면 지도하려고 했어요. 원장님이 자꾸 받아주시니까 지아가 원장님만 찾는 거잖아요.

......


수업이 끝나고 나를 찾아온 **선생님은 자신이 지아를 절대 방치한 것이 아님을 강하게 주장하였으며, 나의 행동을 학급 운영에 대한 참견이자 교육권 침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한 자주 우는 지아 때문에 다른 학부모님들의 항의까지 받고 있다고 하니 여간 문제가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지아로 인해 지친 듯한 **선생님에게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지아는 학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며칠간 나와 교무실에서 함께 지냈다.

처음엔 내 곁에 어린이용 의자를 딱 붙여 앉아 떨어지지 않더니 특별히 하는 일 없이도 전화받는 선생님들을 구경하거나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유치원에 대해 점차 마음을 붙여갔다.

열흘 째 되던 날에는 울지 않고 유치원에 등원하였고 멋쩍은 듯 웃으며 **선생님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우는 아이, 아파서 우는 아이, 유치원 공부가 싫다고 우는 아이, 엄마 아빠한테 혼났다고 우는 아이, 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해서 우는 아이 등...... 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우는 아이들도 있다. 어른들도 이유없이 마음이 힘들고 우울한 날이 있듯이.


그럴 때에는 따뜻한 포옹이 위로가 된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것들을 경험해서 자칫 비슷해 보이는 많은 아이들은 너무 당연하게도 생김새가 다르듯 마음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


나는 어른들이 그 점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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