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할래요?

어쩌면, 달라진 것은

by 종이인형

그런데 너, 그거 알아?

그게 뭔데?

왜, 그거,,,,,,

크크크 그게 뭐냐니까?


연수가 특별히 알려주겠다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술 위에 꾹 누르고는 화장실 앞에 있던 내게 불쑥 말을 건넸다,


쉿! 선생님, 지희하고 호영이 서로 좋아한대요!!!

어머, 정말?

네, 진짜요.

그럼 둘이 사귀나? 이러다가 뽀뽀하는 거 아냐?

뽀뽀하다가 결혼하는 거지, 그럼!


아이들은 손의 물기를 허공에 털어대며 교실로 향해 달려갔다.

벌써부터 또래들끼리 사귄다고 하다니. 예전에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나하고 결혼하겠다고 했었는데.


"어머, 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 요즘 애들은 나이 계산도 얼마나 빠르다고요! 선생님하고 결혼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요즘 애들은 다 알걸요?"


요즘 애들이 다 그런가...... **반 선생님의 말에 어쩐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


귀가 시간이 다가오면 수업 시간과 달리 정해진 연령과 학급에 상관없이 현관 앞 의자에 모여 앉아 대기를 한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중재가 필요한 논쟁도 간혹 벌어지곤 했다.


"야, 나 다섯 살이야."

"난 여섯 살이거든?"

"여섯 살이 왜 이렇게 작아."

"다섯 살이면 나보다 네가 동생인데? 선생님! 얘가 나한테 반말해요!"

지호의 기세에 눌린 서진이가 한 발짝 물러서며 나에게 말했다.

"지호야. 나이가 많다고 키가 꼭 더 크지는 않아. 대신 마음의 키가 많이 자라는 거야. 서진이가 한 살 더 많으니까 형이라고 불러주면 돼!"

나는 지호를 향해 먼저 이야기를 해 주고, 서진이를 향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어린이들끼리 반말은 해도 괜찮은 거야. 서진아. 동생이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 잘 알려줘야지."


사실 체구가 왜소한 서진이는 나이와 키가 자라는 현상은 비례한다고 굳게 믿는 아이들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이 종종 있었다.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선생님 몇 살 같은데?"

서진이가 되묻는 나의 질문에 머뭇거리는 사이, 지호가 답을 내놓았다.

"우리 엄마가 서른다섯 살인데, 선생님은 우리 엄마보다 키가 작으니까 나이가 더 작지."

"그래서. 지호 생각엔 선생님 몇 살 같은데?"

지호는 손가락을 한참 접었다 펴더니 헷갈린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야, 선생님이 당연히 엄마보다 나이가 많지. 한 백 살?"

"뭐어? 하하. 왜 선생님이 더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그냥요. 선생님 백 살 맞죠?"


하하하하하...... 백 살 이래.


아이들은 연수의 말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야, 백 살은 결혼 못해. 그리고 백 살은 머리가 하얀 거야.

네가 백 살 봤어?

난 본 적 있는데. 백살도 결혼했어!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이들은 백 살이 된 사람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백 살이 되어도 결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다.


백 살이라니.

예전에는 선생님 10살이야...... 해도 곧잘 믿었었는데, 그런 거짓말은 이제 통하지 않겠구나 싶던 순간,

누군가 내 엄지와 검지 사이로 손바닥이 맞닿을 때까지 작은 손을 밀어 넣었다.


선생님, 난, 선생님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곁에 선 서진이가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 진짜 백 살은 아니죠?"


......


선생님하고 결혼을 하고 싶긴 한데

구십 네 살의 나이차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걸까? 귀여운 녀석.


어쩌면 달라진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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