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릴순 없어요.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탓에 졸지에 할머니댁에서 자라게 된 우리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여름에 내 곁으로 왔다.
시어머니 병환이 깊어지셔서 이제 일을 그만 쉬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조카들을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키워주신 친정엄마 생각이 번쩍 났다.
엄마가 버거우면 낮 시간엔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지. 아이가 말도 제법 잘하니까.
어린 걸 떼어놓고 그렇게 일이 하고 싶냐..... 고 하시면서도 이젠 아이들 그만 키우고 싶다던 친정엄마의 바람은 막내딸의 억지를 이기지 못했다.
아이는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의 보상을 받고 싶었던 걸까.
잘 놀고 있는 듯싶다가도 내가 출근을 할라치면 귀신같이 일어나 옷자락이며 머리카락을 붙들고 서럽게 울었다.
아이고 얘가 왜 이래...... 엄마 머리를 잡으면 안 돼.
친정엄마가 힘겹게 아이를 떼어내 둘러업고는 급히 베란다로 피신을 하시고 나서야 나는 현관문을 나설 수 있었다.
직장에서 우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나 역시 두고 온 아이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아침에 유난히 울었던 날은 퇴근하고 온 나의 등에 올라타서 내려오지 않았다.
포대기에 업은 채로 달래다 잠이 들었나 싶어 뉘일라 치면 소스라치게 놀라 깨곤 했다.
어떤 날은 아예 아이를 등에 올린 채 잠을 자기도 했다.
요 녀석, 원래 이렇게 고집이 세었나.
나는 잠든 아이의 보드라운 손을 꼭 잡아본다.
눈썹이 저렇게 짙은 걸 보니 아빠를 빼닮았네.
손발이 오동통한 것이 정말 새삼스레 귀엽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타지에서 보냈는데 엄마라고 내 품에 안겨 잠이 든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이가 예쁜 것과는 상관없이 주말 동안 아이를 돌보는 일은 힘들었다.
엄마가 출근하지 않는다고 하여 설레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새벽부터 일어난 아이는 내 옆에서 종알 종알 말을 걸었다.
엄마 이것 봐. 엄마, 눈 좀 떠봐.
엄마, 기차가 거기로 가잖아......
응, 엄마 안 자.
기차가 도착했구나, 그럼 손님을 태우고 출발...... 하...... 흑.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엄마가 오늘은 하루종일 놀아준다고 했잖아.
조그만 녀석이 눈치는 빨라서 내가 조금이라도 놀이에 무성의해지면 장난감을 손에 쥔 채로 등을 돌렸다.
그래, 우리 아들, 혼자 조금만 놀고 있어! 아이 착하다......
어렸을 때 좀 같이 있어주지, 내가 그때 놀아달라고 했잖아!
다른 애들만 돌봐주고.
때론 가시 돋친 말을 뱉어내기도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잘 자랐다.
그때 조금 더 함께 있어줄걸.
나는 굳게 닫힌 아이의 방문 앞에서 상심한 아이의 마음을 외면하곤 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