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멍!
새벽 3시 12분
무채색 세상
발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이제라도 온 나를
사랑한다며 반기던 너
안고 덮고 숨 숨
여기 핀 꽃은 보랏빛
전부 짧은 단상으로 빚은
세상은 이렇게 초라해
한 번 더 안고 덮고 숨 숨
한 번 더 안고 덮고 숨 숨
깨진 조각들이 날 선 채
춤을 춰
누구를 위해서?
잠든 아이 옆 헐벗은 우리
해가 밝으면
고해성사하겠다는 다짐
하지만, 아직 해가 없어 괜찮아
복잡하고 부끄러운
숨 숨
*인테르 우베라 메아 콤모라비투르.
*'나의 연인은 내 가슴 사이에서 밤을 지내네' 라는 뜻의 라틴어. <아가> 1장 13절에 나오는 구절.
푸른 이파리들이 흔들리며
내던 소리 샤르르 샤르르
꿈속 환상은 깨고 나면
전부 부서져 등 옆에서 샤르르 샤르르
우리 함께하기로 했잖아
우리 항상 같이 있기로 했잖아
네가 없으면, 연약한 나는
태양을 볼 수 없어 방향 없이 자랄 거야
푸른 언덕 아래로 손잡고 뛰놀던
너와 나
그 시절을 전부 잊어버린 거야?
그 시간을 전부 지워버린 거야?
꺾이던 건 전부 초라할 뿐이고
밟히던 건 전부 파리할 뿐이고
우리 함께하기로 했잖아
우리 항상 같이 있기로 했잖아
네가 없으면, 연약한 나는
태양을 볼 수 없어 방향 없이 자랄 거야
그러니, 거기 갔어도 다시 돌아와
부끄러움 숨 담긴 이 바람을 타고
어서 돌아와.
나는 미쳤어
너를 죽여서라도
내 옆에 눕히고 싶어
......
......
......
나는 미쳤어
나를 죽여서라도
너와 함께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