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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Nov 12. 2024

화살기도 외 3편

멍! 멍!



1. 화살기도



새벽 3시 12분

무채색 세상

발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이제라도 온 나를

사랑한다며 반기던 너

안고 덮고 숨 숨


여기 핀 꽃은 보랏빛

전부 짧은 단상으로 빚은

세상은 이렇게 초라해


한 번 더 안고 덮고 숨 숨

한 번 더 안고 덮고 숨 숨


깨진 조각들이 날 선 채

춤을 춰

누구를 위해서?


잠든 아이 옆 헐벗은 우리

해가 밝으면

고해성사하겠다는 다짐


하지만, 아직 해가 없어 괜찮아

복잡하고 부끄러운 

숨 숨


*인테르 우베라 메아 콤모라비투르.



*'나의 연인은 내 가슴 사이에서 밤을 지내네' 라는 뜻의 라틴어. <아가> 1장 13절에 나오는 구절.




2. 찬입



푸른 이파리들이 흔들리며

내던 소리 샤르르 샤르르

꿈속 환상은 깨고 나면

전부 부서져 등 옆에서 샤르르 샤르르


우리 함께하기로 했잖아

우리 항상 같이 있기로 했잖아

네가 없으면, 연약한 나는

태양을 볼 수 없어 방향 없이 자랄 거야


푸른 언덕 아래로 손잡고 뛰놀던 

너와 나

그 시절을 전부 잊어버린 거야?

그 시간을 전부 지워버린 거야?


꺾이던 건 전부 초라할 뿐이고

밟히던 건 전부 파리할 뿐이고


우리 함께하기로 했잖아

우리 항상 같이 있기로 했잖아

네가 없으면, 연약한 나는

태양을 볼 수 없어 방향 없이 자랄 거야


그러니, 거기 갔어도 다시 돌아와

부끄러움 숨 담긴 이 바람을 타고

어서 돌아와.



3. 死-랑



나는 미쳤어

너를 죽여서라도

내 옆에 눕히고 싶어


......

......

......


나는 미쳤어

나를 죽여서라도

너와 함께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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