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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휴자 Apr 23. 2023

책갈피 어떤 거 쓰세요?

카페 냅킨은 왜 책갈피가 되었을까? - 사소하지 않은 사소함 #6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카페 냅킨을 책갈피로 가끔 활용한다. 아니 자주 쓴다. 아니 아니, 내 종이책 책갈피는 다 카페 냅킨이다. 아니면 카페 쿠폰. 별거 아닌데 카페 냅킨을 책갈피로 쓰는 걸 정말 좋아한다.


카페 냅킨을 책갈피로 쓰는 이유는 몇 있다. 순전히 내 취향에 대한 것, 내 생각에 대한 것이라 공감 안 될 수도, 쓸데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광활한 전자 세상 한구석에 이 정도 쓸모없는 텍스트를 남기는 것쯤이야' 같은 생각으로 한번 써본다.


일단 급할 때 좋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당장 책갈피를 써야 할 상황이라면 냅킨만 한 게 없다. 책갈피 하기 알맞은 사이즈에 카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책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카페마다 조금씩 다른 냅킨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만약 카페 냅킨이 카페에서 은퇴하고 인생 이모작을 선언한다면, 옆에서 책갈피를 강력 추천하리라.


또, 카페 냅킨을 책갈피로 쓸 경우 단순히 책에 읽은 곳만을 표시하는 것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카페 냅킨을 책갈피로 썼다면 그 책을 읽었을 때의 시간과 공간, 그 공간에서 시선을 끌었던 요소와 들었던 음악과 맡았던 향과 마셨던 커피의 맛까지. 그 모두를 꽂아 넣는 것이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그때의 시공간과 오감을 책 한 페이지에 응축하여 꽂는 것! 냅킨이 책갈피로 변화하면, 그것은 추억의 정수가 되는 것이다(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다).


이런 생각의 과장(?)에 이른, 출발이 된 경험이 있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책갈피가 급하게 필요했다. 얼른 주위에 잡히는 냅킨으로 책갈피를 했더랬다. 그러고는 그 책을 한동안 읽지 못했다. 몇 개월쯤 지났을까? 우연히 그 책을 꺼내 책갈피 했던 페이지를 펼쳤을 때, 카페 냅킨은 몇 개월 전 시공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카페 냅킨의 우연한 발견으로 그때의 시간과 공간, 오감이 몇 개월 뒤 내 몸에 발현된 순간. 이때부터 내 책갈피는 카페 냅킨이 되었다. 간혹 카페 쿠폰도.







일상(日常)이 성사(聖事)다.

- 박웅현『문장과 순간』


『문장과 순간』에서 일상(日常)이 성사(聖事)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래서,

일상의 순간순간 내가 기분 좋은 것들, 나에게 느낌 좋은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잘 포착해서 남겨두고 싶다. 책갈피를 꽂아 넣듯, 그렇게. 그리고 그것이 풍요로운 일상을, 그 일상이 풍요로운 성사를 이루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주 사적인 취향들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기록하고 쓰고, 나만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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