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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02. 2024

그대 보오


손에 꼭 쥐고 있던 것 하나를 내려놓았소.

실은 자청해 내려놓았는지 아니면

그러라기에 그리된 것인지 나는 모르오.

입맛이 달아나 까끌거리오.

눈 퀭한 것이야 물어 뭣 하려오.

단지 하나였는데 그리 생각했는데

영 아닌가 보오.

재미가 없어서 시큰둥 아린 것들만

가슴을 파고들어 난장을 치오.

행여라도 묻지 마오.

찬 서리 서걱대던 날 애써 핀 들꽃은

무슨 연유 있다던가 묻지를 마오.

철 지난 꽃송이 뻘쭘히 바라보길래

황망히 도망치고 말았소.

너는 어쩌자고 찬 서리 이고 피었는가

말을 보태기는커녕 벙어리 냉가슴에

입 한 번을 떼지도 못했소.

허허 눈물 콧물만 팔푼이로 쏟았소.

그대가 전부였나 보오.

달 뜨고 해 지는 것이 모르긴 몰라도

당신 때문인가 싶은 것이

요즈음엔 달도 해도 뜨고 지지를 않으오.

또 모르겠소.

아침 댓바람에 눈두덩이 시큰거리는 게

내가 미쳤구나 하게 되오.

피던 꽃잎 겨우겨우 펼치려다

대걱대걱 얼어 부서진다 해도

고놈 들꽃이야

그대 보오, 보시어요.

아양 떨어 붉어지는 꽃잎이려니 하오.

고놈이나 나나 아양 떨어

헤벌쭉 웃고 사는 팔푼인가 싶으오.

팔자에도 없는 詩人이 되려는지

가슴이 시큰거리고 따끔따끔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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