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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05. 2024

그 꽃집


뭇 사내놈들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섰다.

문전성시가 따로 없다.

히죽히죽 웃는 놈에

먼 산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놈에

초점 잃은 놈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었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동네에는 바람 같은 풍문이 돌았고

꽃집의 문지방은 반들반들 닳았다.

듣자니 못해도 이태에 한 번은

문지방을 수리한다고도 했다.

좀처럼 순번은 돌아오지 않았다.

겨우겨우 내 차례가 왔을 때 말했다.

장미 한 송이 예쁘게 포장해 주세요.

환하게 웃으며 꽃집 아가씨가 말을 받았다.

좋은 약속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아, 네. 여자친구 줄 꽃입니다.

어머, 그러셨군요. 친구분은 좋으시겠어요.

호호호, 꽃집의 아가씨가 해맑게 웃었다.

너 닮은 장미 한 송이 손에 들고서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

바보 같은 녀석들....

난 꽃보다 더 예쁜 여인네를 만나러 간다.

심장이 마구 콩닥거렸다.

나는 알지 못한다.

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 꽃집의 아가씨가

정말 예뻤는지 어땠는지 알지 못한다.

고작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꽃 받아 들던 넌 여전히 예쁘다는 게

내가 아는 전부다.

은경아?

너는 여전히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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