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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09. 2024

어쩌자고


차마 맞잡은 손 놓을 수 없어

울고불고 매달린 하루가 아니었다.

시큰둥 해가 뜨고

꼬르륵 배꼽시계가 아우성치면

찬밥 한 덩이 물에 말아

물 마시듯 삼키는 하루였다.

길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짧으면 오히려 고맙다 인사라도 할 판이다.

자정이 되었어도, 다시 새벽이 되었어도

말똥말똥 눈을 굴렸다.

"이 손 놓지 마시어요"

그렁그렁 굵은 눈물 쏟으며

연인의 애달픔으로 이별을 했어야 했다.

눈치도 없는 새벽이 기웃거렸다.

손에 쥔 붓은 저 혼자 어지러웠다.

말들이 없는 성깔을 끄집어내 사나웠다.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다.

"그러지 말고 주먹다짐이라도 하려무나"

심통을 부려도 보았다.

아, 어쩌자고 가뜩이나 재미없는 하룻길을

이다지도 길게 늘여놓았는지 모른다.

한숨만 길고 길었다.

정말이지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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