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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08. 2024

안녕


속 시끄럽던 날 잠시 쉬어가마

글 몇 줄 끄적였었다.

글을 올려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리나케 지워버렸다.

어쭙잖은 마음을 들킬까 싶어서다.

부글부글 마음이 끓으면 뭐라도 하나

붙들고 매달리는 게 망각의 묘수다.

하여, 웬만한 쉼보다

쓰고 끄적이는 게 내겐 치유이고 위로다.

그러니 과묵한 멋스러움은 애당초

있지도 않은 덕망이다.

수다가 만발하면 행복한 나다.

겨울 답지 않은 날씨가

연일 이어져 포근한 요즘이다.

한낮에 부는 바람은 봄날의 그것처럼

부드럽고 착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이러다가 또 언제 돌변해

성난 발톱을 드러내려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당연한 거였고 그게 겨울의 본모습이다.

방심은 그래서 금물이다.

동짓날이 언제였더라?

뜬금없이 드는 생각에 헤아려보았다.

팥죽이 끓었다.

가벼운 변덕이다.

아니 눈이 퀭해지도록 팥죽이 끓었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바뀌면

감기처럼 앓는 변덕이다.

그렇거니 생각해야 심사가 편하다.

하여, 잠시 쉬어간다.

또 모르겠다.

이러고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일이라도 짜잔 하고 나타날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뭐든 방심은 그래서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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