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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an 11. 2024

자발적 다이어트


끼니를 줄여가며 굳이 피하고 싶은 것들이 줄줄이 사탕이다. 밥상을 차리기 전부터 약을 꺼내놓고 주삿바늘도 미리미리 챙긴다. 있는지 없는지 재고를 파악해 둬야 낭패를 겪지 않을 일이라서 딴청을 피우거나 게으름을 필 여유는 없다.

평생을 두고 이루지 못한 소원 하나가 있었다. 야식을 먹는다던가 최대한 배꼽이 튀어나올 만큼 과식을 한다던가 하는 노력도 기울였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소원이다. 오동통 내 너구리~~를 만들고 싶었다. 뚱뚱 까지는 아니어도 오동통 정도만이라도 살을 찌우고 싶었지만 하늘은 매몰차게 거부했다. 그런 까닭에 다이어트란 말은 남들의 얘기일 뿐이었다. 가까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금기의 단어였다. 그 다이어트를 다 늙어서 한다. 그것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등 떠밀려한다. 아이러니다.

인슐린을 맞는 건 따끔한 징그러움이다. 밥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는 탓에 주사를 피할 수가 없으니 방법은 오직 하나다. 먹지 않으면 된다. 다이어트다. 살을 찌우는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다이어트라는 호사를 누린다. 긴 인생이 만드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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