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줄여가며 굳이 피하고 싶은 것들이 줄줄이 사탕이다. 밥상을 차리기 전부터 약을 꺼내놓고 주삿바늘도 미리미리 챙긴다. 있는지 없는지 재고를 파악해 둬야 낭패를 겪지 않을 일이라서 딴청을 피우거나 게으름을 필 여유는 없다.
평생을 두고 이루지 못한 소원 하나가 있었다. 야식을 먹는다던가 최대한 배꼽이 튀어나올 만큼 과식을 한다던가 하는 노력도 기울였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소원이다. 오동통 내 너구리~~를 만들고 싶었다. 뚱뚱 까지는 아니어도 오동통 정도만이라도 살을 찌우고 싶었지만 하늘은 매몰차게 거부했다. 그런 까닭에 다이어트란 말은 남들의 얘기일 뿐이었다. 가까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금기의 단어였다. 그 다이어트를 다 늙어서 한다. 그것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등 떠밀려한다. 아이러니다.
인슐린을 맞는 건 따끔한 징그러움이다. 밥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는 탓에 주사를 피할 수가 없으니 방법은 오직 하나다. 먹지 않으면 된다. 다이어트다. 살을 찌우는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다이어트라는 호사를 누린다. 긴 인생이 만드는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