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여도 좋다. 다만, 그대 좋은 날이라면
질주하는 자동차며 바이크 무리의 왁자함이 뒤섞여 도로는 몸살을 앓는다. 평소의 한적함은 찾을 길이 없다. 수시로 교차하는 무리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차는 달린다. 강원도 철원의 촌부와 서울 강남의 깍쟁이가 시간여를 달려와 이곳에서 교차하며 각자의 행선지로 길을 서두른다. 멈춤도 없고 찰나의 시선교환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상행선과 하행선의 기계적인 교차만 존재한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같은 노선의 버스를 운행하는 동료의 손인사가 가끔 이루어질 뿐이다. 47번 국도, 안산시에서 시작된 길은 군포, 안양, 과천, 서울의 강남을 지난다. 경기 구리, 남양주를 거쳐 광릉과 내촌을 지나 운악산을 질주해 일동과 이동을 통과한다. 이동에서 다시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철원군 김화읍으로 이어진 길을 47번 국도라 부른다. 이동면 도평리에서 다목리를 지나 사창리까지 이어진 도로는 몇 번을 부여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다목리란 마을엔 이외수 선생의 자택이 감성마을, 이란 이름으로 있음은 안다.
딱히 요일을 기억해야 할 일들이 없으니 정해진 날짜와 시간이 무의미 하다. 줄줄이 꿰어진 일정이 있을리 만무하기도 해서 달력 한 장 걸어두질 않았다. 계절과 시간은 온전하게 자연의 흐름에 맞춰져 흐를 뿐이다. 간혹 촌놈의 도회지로의 나들이가 잡히면 부랴부랴 날짜를 확인하고 요일을 점검하면 그만이다. 느리게 흐르고 한가하게 머물다 가는 날들이 일상의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랠 뿐이다.
고요하고 한가한 산자락 작은 마을이 느닷없는 소음으로 화들짝 놀라 소란스러워지면 어김없이 계절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겨울이 물러나 산과 들에 봄꽃이 떼지어 피어나면 꽃만큼이나 알록달록 치장한 상춘객이 시끄럽고, '덥구나, 더워'를 달고 사는 날들이 이어지면 민소매에 슬리퍼 끌어가며 피서객이 또 그렇게 어지럽다. 주말의 이틀은 특히나 그렇다. 요일을 알리는 알람처럼 어긋나지 않는 믿음을 선물한다. 딱히 달갑지 않은 선물이지만 국도를 접한 탓에 거부하지도 못한다. 작년 요맘때가 됐구나, 하면 그만이다.
오늘은 토요일, 종일 도로는 난장으로 변했다. 걸음은 도로를 채워 시끄러운데 나는 그저 서성인다. 시선을 둘 곳 없어 허전하다. 오시는 걸음 있다하면 모를까. 나고, 들고, 수도 없는 지나침이 바람에 지나지 않아 허허로운 날, 47번 국도는 시원하게 뻗어 막힘이 없고, 그 끝에 선 나는 그리움 다발로 묶어 그대 기다린다. 부디, 편안하고 좋은 어느 날에 스치듯 오시어도 나는 좋으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