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쏟아지는 밤 너는 잠들지 못했다
태초의 하늘에 별이 죽었다. 거대한 몸뚱이 무게를 더하다가 마침내 불꽃으로 터졌을 너는 온 우주를 유영했다. 얼마의 시간을 짊어지고 끝도 없는 우주를 헤매었을까? 가늠조차 어려운 너의 잔해, 아직도 또렷이 살아 총총히 빛났다. 검푸른 바다와 푸르듯 검은 하늘이 한 데로 묶여 뒹굴었다. 누가 먼저였을까? 서로를 탐하는 몸짓은 거칠었고 새어 나오는 숨소리는 거칠었다. 내일이 없는 시간에 갇혀 오늘을 살았다. 부끄럽다거나 다음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죽어버린 별이 밤하늘에서 유언처럼 반짝이는데 차마 내일을 꿈꿀 이유는 없었다. 마지막 숨 몰아다가 뜨겁게 엉켜야만 했다. 사랑이었다. 먼지로 산화한 몸뚱이는 우주의 끝 어디쯤을 떠돌면 그만이었다. 오늘 밤하늘에 반짝이는 건 별의 꿈이었다. 잊히거나 죽어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마음이었다. 사람의 시간으로는 건널 수조차 없는 억겁을 견디고서 마침내 부활하는 꿈이었다. 바다가 하늘을 사랑했다. 하늘은 바다를 품었다. 몇 날 며칠을 뒤 엉겨 하늘을 닮고 바다를 품은 꿈 하나 낳았다. 태초부터 이어진 꿈은 바다에서 꿈틀거렸다.
네 발의 들짐승이 꼬리를 감추고 발톱을 뽑았다. 날카로운 송곳니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자취를 감추었고, 몸뚱이를 감쌌던 들짐승의 터럭은 어디로 갔는지 물비늘 덮어쓰고 달빛에 반짝였다. 대양의 검푸른 바다에는 남과 북으로 이어진 길 하나 있었고, 극지의 끝에는 달이 떴고 해가 떴다. 과거에서 날아든 별빛과 오늘의 볕이 뒤엉켜 춤을 추었다. 빙하가 달처럼 떠도는 바다에 고래 한 마리 고개 내밀어 별을 보았고, 오로라의 몽환에 빠져들었다. 죽어버린 별의 꿈과 살아 꿈틀 거리는 바다가 유빙처럼 떠돌았다. 고래가 졸고 있었다.
여자의 하얀 속살에 시선이 닿았을 때 남자는 심장이 멈추는 줄만 알았다. 심장은 무섭게 팔딱이고 호흡은 거칠었는데 오히려 허파는 쪼그라들었는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신은 혼미하고 근육은 풀어졌다. 풀썩 주저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오랫동안 꿈꿨던 순간이었지만 막상 마주했을 때 오는 당혹감이 거기에 있었다.
남자에게 여자는 우주였다. 억겁의 시간을 건너와 별이 빛나듯, 어미에서 어미로 이어진 시간 속에서 남자는 우주를 만났다. 태초의 생명들이 바다에 기대어 꿈을 꾸었듯 남자는 여자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꿈을 꾸었다. 비릿한 꿈이었다. 바다의 비릿함과 여자의 젖비린내는 태초부터 하나였다. 우주를 떠돌다 스러졌을 꿈이나 발버둥 치던 유년의 몸짓은 어미의 비린 젖으로 되살아났다.
입안 가득 젖가슴을 물고 남자는 극에서 극으로 이어진 대양을 유영했다. 북극의 유빙처럼 떠도는 달을 만나야만 했고, 남극을 밝혀주는 태양을 만나야만 했다. 우주를 떠돌던 꿈들이 되살아나 산맥을 만들고 물줄기를 만들었듯, 너도 나의 등줄기를 할퀴어도 좋았다. 등줄기 어디쯤 히말라야가 솟고 베링해의 검푸른 파도가 칠 터였다. 남자는 다만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는 꿈을 찾고 싶었다. 머물지 못하고 끝내 사라지는 꿈이 아닌 푸른 떡잎으로 자라날 꿈이어야 했다.
여자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을 때 별은 하늘에 맺혀 총총히 빛났고, 남자는 꺼지지 않는 화산처럼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