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 신음으로 울었다
여전히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저물었다. 붉게 타오르다 백색의 광원으로 정점에 올라 대지를 비추더니 다시금 진분홍 잔불로 사위었다. 다만 땅에서 뜨고 종일 땅을 비추다가 땅으로 저물었다.
낮의 시간이 물러나고 어둠이 몰려들면 달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동쪽에서 떠올라 밤새 칠흑의 어둠을 유영하다가 해가 진 서쪽으로 달도 저물었다. 달과 해 그리고 낮과 밤을 나누는 경계에는 어김없이 아스라이 지평선이 머물렀다.
하늘과 땅, 영원한 평행의 속살을 이어주는 것은 중력을 떨치고 하늘과 땅을 배회하는 날 것들이 있었고, 대기의 순환으로 서성이는 바람이 있었다. 하릴없는 것들의 망중한이 풍경을 만들었다.
바람이 불었고 새들은 날개를 펼쳐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낮과 밤을 오가는 말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서로를 이어주는 가교처럼 떼 지어 춤을 추었다. 굳이 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는다 해도 해와 달이 마주하는 순간은 서로를 향한 탐닉의 시간이었다. 달은 해를 보고 해는 달을 쓰다듬었다. 갈망의 시선은 뜨거웠고 탐닉의 손짓은 차가웠다.
대지와 하늘이 깊은 입맞춤으로 신음을 토할 때마다 바람은 불었다. 웅웅웅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돌 때마다 신음은 깊었다. 서로를 애무하는 바쁘고 뜨거운 틈바구니를 비집고서 말들이 날아다녔다.
"나, 당신이 좋아. 당신도 내가 좋아?"
물었을 때 찰나의 망설임도 허락되지 않았다. 많은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간단하고 명료한 단 하나의 숨이었고 대답만이 필요했다.
"응!"
말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마주하는 것들의 몸 냄새가 다르다. 틈도 없이 껴안아 신음하던 하늘과 땅 사이에 조금씩 공간이 벌어지고, 서로를 향한 애틋함도 엷어졌는가? 바람은 미약해서 육중한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잠시 멈췄다. 토라진 연인? 하지만 언제고 서로를 향한 탐닉은 당도를 더해 더욱 달달해질 터였다.
하늘과 땅 사이의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말, 지평선을 사이에 두고 달이 뜨고 해가 떴다. 나는 해 되고 너는 달이 되어 하나로 엉켜 신음했다. 낮과 밤을 나누어 다툴 일도 없었다. 경계가 허물어진 사이에서 하나로 엉켜 뒹굴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말이 거기에 있었다.
'응',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고 적당한 무게로 짓누르는 몸이 엉켰다. 하늘을 오가는 새들의 날갯짓은 분주했고, 바람은 덩달아 후끈 달아올랐다. 혀와 혀의 군무는 또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절정으로 치닫는 시간은 요란했다. 천둥이 치고 벼락이 번쩍였다. 느닷없이 불어 가는 소낙비는 뜨겁게 내리다가 품에서 우박 한 됫박 쏟는 걸 잊지도 않았다. 열탕과 냉탕, 열대와 냉대의 부조화가 신음처럼 쏟아졌다.
너와의 키스는 그렇게 낮과 밤,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어 달이 되고 해가 되었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미친 듯이 달음박질쳤다. 바람개비가 멈추면 심장이 뛰었고, 바람 거칠게 바람개비를 돌리면 천지간에 가득 신음소리를 쏟았다. 땅에서 뜨고 지는 붉은 해와 너의 속살 같은 달이 서로를 탐할 때, 쓸어내리는 손바닥 가득 너는 울었다. 파르라니 떨다가 어깨 들썩이며 너 울었을 때 정적을 깨워 마침내 입맞춤으로 완성되는 말이 아름다웠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