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해 좋은 날

알량한 것들 버려서 좋은 거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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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날들이 있어

아침이라고 해서 눈을 떴는데도 불구하고

새벽은 벌겋게 눈을 부라리며

햇살을 가리고

추적추적 청승을 떨어 비가 온다치면

정수리 꼭대기 해 떠오르기도 전에

벗이여 잔을 채워라!

어기여차 어기여차 노를 졌듯

지국총 지국총 삐걱거리는 뱃머리에 앉아

나는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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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무진 앞에서

아롱희롱 세상 아득할 때에도

알량한 도덕과 잘 난 자존심이

"그러면 안 돼!"

하루에도 수 십 번 충돌을 하고

나는 그 올무 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상 현명하다 침이 닳도록 회자되는

명언과 잠언이 춤을 추어도

혹여 그대는 아나?

오늘이 최고의 덕목이고 정의일 수 있다는 거.

"오늘 행복한 나였으면 해

오늘 사랑할 수 있길 바래!"

내일이 있다던가?

그 확약된 약속을 믿기도 어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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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 시원하게 뱉지도 못하는

그래서 우물쭈물 겉돌다 지치고야 마는

영혼의 빈약함에 뇌성벽력 용기 돋우는 건

취해 흔들리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너 좋다 생각되면

"있지, 나 너 좋아!"

말하다 죽어도 좋은 용기가 거기에 있고,

남의 시선으로 촘촘이 짜여진 그물

이래저래 곁눈질로 뒤틀린 망태기

온몸에 휘감고서

"국어, 역사, 사회...빵점을 맞아도

아, 그 잘난 도덕 100점이면 행복한지?"

너나 나나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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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풍 미친듯 불던 끝에

진달래꽃 이러다가 피는 거 아냐?

쓸데도 없는 근심 아롱지듯

취하거나 취했으면 하는 맘

먹물 또르르 떨궈 이야기하고 싶어

"봄을 기다리듯 언제나 넌 늘 그리움이고

숨길 수 없는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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