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날

달같은 너 곱게 뜬다

by 이봄


부럼이며 귀밝이술

오곡밥에 산나물들

소담스레 차려놓고

어린 아들 나이만큼 매듭짓던 달집까지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따라

그리움으로 맺힌다.

늙은 어미의 소원이야

무사무탈 평안한 가정에다

주렁주렁 자식 새끼 건강한 게 최고였고,

철없는 애들이야 천둥벌거숭이 번잡하게

맛있는 먹거리에 때때옷쯤 빌었을까?

밤 깊도록 쥐불놀이로 밝히던 날,

철수야, 순이야! 그만 놀고 들어와라

쩌렁쩌렁 부르던 소리는

다 어디로 가버렸나?

마을마다 어귀마다 무덤들만 늘었구나.

.

.

.

.

달집도 없어지고 쥐불놀이는 단지

사전에나 살아남아 명맥을 잇는 날에

그리운 것들 먹먹하게 되살아났다.

열 살 어귀 떼쟁이는

쉰둘 머리가 하얗게 새었는데

어쩐지 늙은 어미 더욱 또렷하게 맺히는지

그저 그립다 할 밖에

더는 말이 필요없다.

그 옛날 달이나 오늘 뜰 저 달이나

억겁을 하루처럼

되살아나 곱겄마는 가버린 세월은

어이 돌아오지 않는 걸까?

오늘도 동산에

달 곱게 떠오르면 그리운 님 그려놓고

두 손 모아 빌게 됩니다.

"거기, 잘 계시나요? 아픔 없이 행복하신가요?"

그러셔야 합니다.

정말 그러셔야만 합니다.


아, 오늘도 달은 곱고

달을 보듯 곱고 어여쁘게

나는 당신을 봅니다.

"당신,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합장하고 비는 마음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