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봐요

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서 봄이라네요

by 이봄

예를 들어 그런 거 같아.

끝도 없이 궁금한 것들로 세상은 가득하고, 그러니까 끝도 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거지. 묻고 또 물었어. 비가 내리면 비가 뭐냐고 묻고, 나비 한마리 날아가면 저게 뭐냐고 또 묻는 거야. 온통 세상은 모르는 것들로 가득하고, 몰라서 궁금한 아이는 묻고 또 묻고, 결국은 견디다 못한 엄마의 짜증을 불러내고야 말아.

"순이아 그만, 엄마가 지금 엄청 바쁘거든..."

그렇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라서 재잘재잘 또 질문은 이어지겠죠.

"엄마, 왜? 배가 고픈지 모르겠어요"


어디에 사세요?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뭘 하시나요?

묻는 김에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설마하니 몰라서 그런 거라면 차라리 귀엽다느니, 세상 떼 묻지 않아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할 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실례가 뭔지 몰라서 묻는 말이겠거니 하지는 않아요. 묻는 사람도,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사람도 서로가 결례임을 모르지도 않아요. 다만, 이유가 필요한 걸 아는 거죠. 질문도 그렇고 대답도 그래요. 정해진 모범답안은 이름을 바꿔 끝도 없이 재생산되고, 마치 그 반복되는 것들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달달 외워야만 시대를 선도하는 놈이 되고, 처자가 된다는 데에 아픔을 느낄 뿐이야.

묻는 말과 그에 걸맞는 대답이 정해져 있는 말들은 얼마나 삭막하고 가슴을 옥죄는 건지 생각하게 돼. 나이를 먹는다는 건 조금 더 지혜로워 지고, 조금 더 관용을 베풀 줄 아는 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어쩌면 조금 더 나만을 위한 이기심의 또 다른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묻는 말에 이미 매달린 거지. 정말 몰라서 궁금해지는 말이 아닌 거야.


때로는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일들도 있고, 왜 그러냐고 물으면 다만 얼굴 빨개지고, 심장 콩닥거리는 일도 있게 마련인 거지.

"왜 내가 좋은데?"

가뜩이나 동그란 눈 말똥거리며 물으면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아. 당황해서 말도 더듬고 손도 사시나무 떨듯 바르르 떨게 되지만 똑부러지는 대답은 할 수가 없어.

그냥 좋은데,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입술은 바짝 마르고야 말아.

왜 좋은지 뭐라고 얘기하면 모범답안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저 좋은 거야.


봄이 왔다고 SNS는 꽃바람이 불고 저 먼저 봄마중을 한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 그렇겠지. 지난 겨울은 그만큼 혹독해서 진저리를 쳤을 테니까. 소문으로만 떠돌던 봄이 눈앞에서 황홀한데 어떻게 입 다물고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침묵할 수 있겠어.

그렇지만 달뜬 마음 진정하고 생각해 봐. 봄은 본다는 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 보는 거야. 봐서 행복한 계절이지. 왔으니 보게 되고 피었으니 맡게 되는 향기지만 이유는 없어. 온 것도, 핀 것도, 게다가 보고 맡는 것에도 이유는 없어.


그냥 네가 좋아. 굳이 이유를 찾자면 마음을 빼앗겼으니 빼앗긴 만큼 네가 좋아. 혹여라도 왜 빼앗겼는데?, 하고 묻지는 마.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거든. 봄이 오고 꽃이 피듯 나는 너를 보고, 심장 떨리게 행복해 말을 할 뿐이야.


봄이잖아. 그저 마주 봐서 행복하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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