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침이 달콤했으면 해
종이 한 장 펼쳐놓고 말들을 쓰고 줄을 세웠다.
너, 나, 우리, 기쁨, 행복, 사랑, 추억, 봄, 국화꽃, 만남, 노래방, 당산, 동서울, 버스, 커피, 2호선 전철 등등.....
생각보다 많은 말들이 필요하지 않겠다 싶기도 했다. 하루를 살면서 내게 필요한 낱말은 어쩌면 A4 한 장을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낱말만 체에 거르고, 키질로 까부르고서 남는 말들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말들로 영역을 좁힌다 치면 말은 반으로 줄어들 터였다. 반이라도 남는다만 다행일지도 모른다.
말이 많아야 행복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말이 없다고 행복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발톱을 세워 얼굴을 할퀴고, 가슴을 후벼파는 고꽹이로 달려들 터라서 말의 진중함에 무게를 더할 뿐이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잔 재미를 주는 페북의 '봉봉이'가 당신을 표현하는 한 자의 한자(漢字)를 알려준다 해서 이름을 적어넣었다. 이래춘 세 자 이름을 적고서 잠시 기다리니 이런 글자를 내놨다. 사랑 애(愛).
"어쭈, 제법인데? 어떻게 내 맘을 알았지?"
싱거운 미소를 지었다.
매일 사랑타령을 했더니만 허공을 떠도는 인터넷의 바다에도 소문이 무성한 모양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고,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애를 낳는다고 말은 그런 거였다. 거르지 못한 말은 늘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필요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선택은 결국, 겨울의 칼바람을 부르거나 봄날의 훈풍을 부르느냐의 문제였다.
때로는 구구절절 너스레를 떨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길지 않은 몇 마디의 말이 감동을 주기도 한다. 포털의 검색창에 '짧은 사랑의 시?'라고 입력을 했다. 그녀의 아침을 여는 데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순이야 잘 잤니? 그만 일어나, 아침이야!"
하는 말이면 충분했다. 이런저런 시들이 모니터를 채웠다. 뭐가 좋을까? 어떤 말로 곤한 잠 깨우면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짧다고해도 내 마음을 충분히 담아야 했다.
"그래, 이거면 됐어!"
마음에 쏙 드는 시를 찾았다.
첫사랑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그녀의 아침은 '첫사랑'이 열 터였다.
"응, 잘 잤어. 고마워. 당신은?"
아, 더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침은 함박웃음으로 열리고, 세상은 꽃천지 향기롭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