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내달리던 심장은 펄떡이는 꽃으로 피었다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기도와 함께.
꼬리뼈가 간지러워 만져보았다. 흔적을 모르겠다. 흔적도 없이 꼬리 싹둑 잘려져 나는 사람이 되었구나.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했다. 나의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그가 꼬리를 자르고 나를 땅에 묻으며 바랐던 환생은 이게 아닐 거 같아서 어쩐지 좀 미안하기도 하다.
초원을 내달리던 튼튼한 네 발과 순간적인 방향전환에도 균형을 잡아주던 탐스러운 꼬리는 그것만으로도 초원의 주인인 양 으쓱했을 터였다. 심장 터지게 초원을 달려 양떼를 몰고, 때로는 송곳니 번뜩이며 늑대와 맞섰을 용맹은 전설로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새벽 어스름이 좋아 별을 보고 달을 동경했다. 까만 밤 별은 총총하고, 달무리 곱게 지는 밤이면 심장이 뛰었다. 온몸의 근육은 적당히 당겨져 팽팽해지고, 마음은 전설을 따라 유랑의 밤에 행복했다. 별은 카페트에 새겨진 무늬로 빛났고, 달빛은 조각배로 떠돌아 전설을 낳았다. 꼬리 잘려 떠돌던 초원의 영혼은 마침내 제일 빛나는 별에 머물러 환생했다.
늘 입버릇처럼 네게 이렇게 말을 했어.
"그대 사랑해!"
하는 고백의 말은 내 몫이어야 하고, 너의 아침을 여는 건 태초부터 주어진 수탉의 권리같은 거야 말을 했지.
고백하자면 정말 그러고 싶었다. 언제나 사랑한다는 말은 내가 먼저하고 싶었다.
"순이야, 너 정말 사랑해!"
말을 하면 넌 이렇게 말하면 돼.
"응, 나도...."
그게 좋아서 때도 없이 사랑한다 말을 했다.
꼬리뼈 어디쯤을 잘라내 우리 이렇게 만났을까? 궁금했다. 나는 늘 너의 아침을 열고 싶어서 종일 깃털을 다듬고, 목청을 가다듬었다가 가장 화려한 새벽에 '꼬끼오' 홰를 치며 울면 좋았다. 너의 어둠을 몰아내 나는 행복하고, 넌 빙긋 미소로 깨면 좋았다.
"당신, 이제 일어나요? 바람은 향기롭고, 햇살은 눈부셔요"
말하는 아침은 얼마나 눈부시던지....
나는 새벽마다 나팔꽃으로 피고, 너는 쌔근쌔근 잠자면 좋아. 기지개 곱게 켜고 일어나
"잘 잤어? 상쾌한 아침이야"
한 마디 말로 나를 토닥여줘.
한때 나의 주인이었던 사람은 꼬리를 잘라 땅에 묻으며 어쩌면 이런 기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으로 태어나거든 '뜨거운 심장으로 죽도록 사랑하다'가 마침내 또 꼬리 잘리는 날에 '행복했어요' 말했으면 좋겠다.
그런 기도로 묻었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새벽은 깊고 너는 쌔근쌔근 자고 있을 시간이다. 나는 벽을 기어올라 높다란 바지랑대 꼭대기 활짝 꽃으로 핀다. 초원을 내달리던 심장은 여전히 펄떡이는 꽃으로 피어 너의 아침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