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하나 그렸습니다

구름과 비 그리고 너와 나

by 이봄

몇 해 전 잘려나간 뒤란의 벚나무 그루터기에 버섯이 자랐습니다. 몽글몽글 구름처럼 자란다 해서 이름은 구름버섯 '운지'입니다. 허리를 굽혀 자세히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고, 천천히 봐야 세상 진면목을 본다고 시인이 얘기 했듯, 허리를 숙여 한참을 보았습니다.

예뻤습니다. 시골 촌놈이라 낯선 버섯도 아닙니다. 항암에다 면역력이 어떻고 하는 말로 입에 오르내리는 버섯입니다. 흔해서 어쩌면 대접받지 못하는 버섯 이겠거니 하는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좀 아팠습니다. 당신의 아침은 내가 열고 싶었습니다. '늘 그러마!'하면서 약속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아팠습니다. 앓기 좋은 날입니다. 말이 우습지만 정말 '앓기 좋은' 봄날입니다.


구름으로 돋은 버섯을 뜯어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대에게 띄우는 고백이 좋아서 이야기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묻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매일 너에게 고백을 해! 혹시, 지겹고 그런 건 아니겠지?"

웃기지요? 마음에 사람을 품는 다는 건 유치찬란한 모양입니다.

말 몇 마디 끄적이게 됩니다.

"구름버섯 뜯어다가

묻은 먼지 떨어내고

가위로 잘라 모양도 잡고

독야청청 소나무 삼고


구름이어도 좋을 나와

비여도 좋을 네가

경계도 없이 뒤엉키면

운우의 정 행복했지


늙도록 모르다가

늙어지고 안다는 게

시시때때 안타깝다지만

이나마도 없다하면

땅을 치고 통곡이라...


아해야 발 없는 말 무섭거늘

본 듯 만 듯 입을 닫고

태산의 진중함이 어떠한고

타산의 돌 삼아도 좋고 말고..."


고백의 말을 전했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좋아서 때로 걱정을 합니다. 말이 앞서서 오히려 화를 부를까 마음이 쓰인다 할까요. 때때로 그런 걱정으로 새벽을 깨우기도 했습니다. 그저 기우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침을 연다더니 해가 중천입니다. 말이 두서를 갖췄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작과 끝이 뒤엉켜 심란하고, 어지러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쩌겠어요? 오늘은 '앓기 좋은 봄날'입니다.

야물진 사내가 못 돼서 그런 지 때로 앓습니다. 몸이 아프니 덩달아 마음도 저릿합니다. 그렇다고 걱정은 마시어요. 다 계절이 바뀜을 마중하는 '봄마중'입니다.


바람으로 지나칠 앓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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