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하나 있었으면 합니다

고백의 말들 마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by 이봄

영화를 봤습니다. 오래된 영화입니다. 아웃사이더의 이야기입니다.

"슈퍼스타 감사용"

영화의 제목은 슈퍼스타였지만 감사용은 슈퍼스타도 아니었고, 이목을 끄는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인천을 근거지로 하는 구단의 이름이 '삼미 슈퍼스타즈'였을 뿐입니다. 그가 꿈에라도 되고 싶었던 슈퍼스타였겠죠. 그의 꿈이었을 겁니다. 야구를 좋아했고, 할 줄 아는 것도 야구가 전부였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야구의 꿈을 이어가지만, 어차피 패전처리용 투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벤치를 지키다 팀이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이 되어서야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러던 그가 선발투수로 출전하게 됩니다. 상대 투수는 신화를 써내려 가던 박철순 입니다. 19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쌓고 있었죠. 20연승이란 신화에 도전하는 경기에서 둘은 만났고, 경기는 엎치락 뒤치락 팽팽하게 이어져 드디어 3:2 삼미가 리드를 하고있었습니다. 9회말 삼미의 마지막 수비였습니다. 아웃카운트 셋만 잡으면 승리를 따낼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를 꿈꾸던 바로 그 순간입니다.

마침내 아웃카운터 둘을 잡고, 말루 상황에서 타자가 타석에 서고, 감사용은 공을 뿌렸습니다. 그리고는 밤하늘에 폭죽이 쏘아집니다. 마지막 고개를 넘지 못했죠. 박철순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경기장은 떠나갈 듯 환호합니다. 환호는 그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빠져나간 벤치에서 감사용은 오열했습니다.


"나도 한 번은 이기고 싶었다고.... 이길 수도 있었는데...."

마지막 말이 머리에 남아 메아리칩니다. '이길 수도 있었는데...' 맞아요. 이길 수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질 수도 있었습니다. 간절한 꿈이었으니 순간으로 무너지는 꿈이 아파 오열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대를 포효하던 상대와 팽팽한 9회말의 승부는 이미 슈퍼스타였습니다.

꿈꾸는 사람이 어디 감사용만 있을까요? 꿈조차 꾸지 못하다가 마침내 꿈을 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 사는 거, 너무 재미가 없어서 아침이 밝아오는 게 싫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침을 기다립니다. 그가 아침이면 기도하듯 떠올리는 말이 있습니다. 간절한 꿈이기도 합니다.


"그대는 사랑입니다


품에 품은 말들

그대 있다는 곳마다

하나 둘 편지로 보냈습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고백의 말로

행복합니다.


화수분 퍼올리듯

말이 마르지 않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 품에 품고서 날마다 새롭게 말을 길어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사랑하는 내가 멋져보입니다.

그대도 나를 사랑하면서 더 예뻐졌니다."

이런 주절거림이라면 말은 말로써 행복해지는 힘이 있습니다. 서로 마주보면서 환하게 웃을 말들, 마르지 않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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