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들은 그렇게 핀다
꽃 지는 봄날엔 차마 이별을 얘기하지 마시라,
눈물로 고백하던 사람이 있었다.
더 아리고 쓰린 날들이어서
그랬겠구나 하면서 잊었던 말이다.
늦은 밤에 깨어 멍때리다가 다시
그 말이 가슴에 떠올랐다.
이별하기 좋은 때란 있을 수 없다.
이별이란 말 자체만으로도 가슴은
먹먹하고 손가락은 파르르 떨게 되는데,
무슨 생뚱맞게 이별하기 좋은 날을 찾고,
이별하기 좋은 계절을 찾을까.
그나마 조금이라도 멋진 이유와 뒷모습을 꿈꾸는 거다.
폼생폼사, 이별에도 그나마 덜 초라하고,
덜 창피한 나였으면 하는 바람이겠지만
난 그렇다.
미친듯 사랑하다가 순간으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고, 그렇게 죽지도 못해 이별을 해야 한다면,
가슴팍이 다 찢어져 너덜너덜 헤진
걸레 조각이 차라리 낫겠다 싶다.
두렵지 않은 이별은 없고,
아프지 않은 사랑도 없다.
마음이 하는 일은 본래 두렵고, 아프고, 먹먹하다.
알면서도 회피할 수 없으니 열병을 앓듯
사랑도 하고, 그러다가 감정놀음이
이별을 부르게도 되겠지.
봄이란 시간이 그런 거 같다.
오고 가기에 멋진, 그렇지만 그만큼
가슴 제대로 후벼파는 시간이기도 하다.
너무 찬란하게 피어 바라봄에 눈물 맺히고,
어느 날 훌쩍 바람으로 떠나는 모습
자지러지게 처연해서 또 한바탕
눈물바람 뿌리게 되는 봄날.
그래서 그렇게 말을 했겠지.
"꽃 지는 봄날엔 차마 이별을 얘기하지 마시라!"
국망봉 높다란 능선을 타고 흰구름이 하늘로 하늘로 기어올랐다.
기어오르다 부서지고, 부서져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점점이 파란 하늘로 물들었다.
한 인연이 다해 생성과 소멸을 마감하는 날,
고향 땅 이동에는 구름이 멋지게 군무를 추고,
땅에 업드려 사람은 울었다.
꺼이꺼이 울음은 진달래로 곱고,
소리도 없이 흔들리던 어깨는
개나리 떼지어 나비처럼 피었다.
이 아픔도 꽃으로 피는구나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소주 한 잔 털어넣었다.
아, 쓰디 쓴 씀바귀꽃은 소주가
꽃으로 피었겠지 헛웃음 짓던 날,
차마 말하지 말라던 이별의 말이
꽃으로 흐드러졌다.
봄이 피고 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