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네게로 가 아양을 떨까?
"있지, 더는 변할 무엇이 없을 때 나는 절망하게 돼"
늙은 벗이 얘기했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어. 뭐라 반론을 얘기할 수 없었어. 간단한 얘기야. 새벽에 일어나 멍하니 바람벽 바라보다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더는 변할 무엇이 없다고 생각이 들 때, 나도 그런 절망에 빠져 허우적였거든. 늙은 친구의 벽보다 내가 마주했던 벽이 더 높고 완고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해.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은 이런 소소한 감정일 거야. 지난 해에도 난 괭이밥 노랗게 피운 꽃송이에 마음을 빼앗겨 사진을 찍었고, 사랑하는 마음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노래를 했어. 그 마음이 올해에도 변하지 않아서 황토벽 갈라진 틈바구니에 떼지어 자라난 괭이밥을 보고는 망설임도 없이 사진을 찍고는 한참을 쪼그려앉아 바라보았어. 하트 세 개 잎줄기에 매달려 초록으로 설레고, 노란 꽃송이 앙증맞게 별처럼 피었지. 초록의 봄밤에 노란 꽃불로 괭이밥이 타닥이던 날에 지난 해에도, 올해에도 나는 변함없이 울렁이는 가슴 진정시키기에 바빴어.
변하지 않아 좋은 건 고작 이게 다구나 하면서 만나게 되는 것들은 어찌나 당당하고 무섭던지.... 그래도 다만 마지막 몸짓처럼 내게도 또 다른 세상의 문이 한 번쯤은 열릴지도 몰라 하면서 꿈을 꿔. 꿈을 꾸게 돼.
괭이밥
괭이밥 노랗게 꽃으로 피고
가르릉 가르릉 햇살 퍼지면
5月, 봄날의 고양이 아양을 떤다.
괭이밥 꽃무더기 속 괭이 한마리
사뿐사뿐 거닐어 아양을 떨 듯
나 어느 봄날로 날아가 아양 떨까.
보시어요, 보시어요, 널 부르고
무릎베개 베고 누워 가르릉 소리 곱게
어느 봄날 네게로 가 아양을 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