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도 못하고 봄이 집니다
순천만의 낙조도 보지 못했습니다.
벌교 꼬막은 냄새도 맡지 못했지요.
게다가 구례 십 리 벚꽃길은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이미 꽃잎 흩날려 흔적도 없다 하기에
마음조차 먹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행의 이름은 '꽃마중'이었지요.
콧바람 향긋하게
가슴엔 도화꽃 만발해서 벌렁거리고야 마는
그런 봄나들이를 꿈꾸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봄바람을 맡고 싶었나 봅니다.
낯선 마을에서 느끼는
낯선 설렘이 바람일 터였습니다.
꽃잎 떨어진 벚나무 터널을 달렸고,
혼탁하기 그지 없는 바닷바람도 쐬었습니다.
얼굴을 훔치면 서걱거리며 모래가 잡혔습니다.
느닷없는 꽃샘추위가
옷깃을 여미게도 했고, 찬바람 들어찬 밤 하늘에
쏟아질 듯 별무리 반짝였지요.
남도의 주말은 그랬습니다.
남의 손에 들린 떡이 맛있다고 했나요?
마당에 피어난 진달래며 개나리를 얼핏 보았습니다.
하늘로 몰려드는 구름과 서늘하게
불어가는 바람을 뒤로하고 집을 떠났습니다.
며칠의 시간을 떠돌다 돌아온 집에는
눈보라에 숨이 꺾인 진달래만 빈 가지에 매달려
나도 한때는 꽃송이였다오
넋두리로 울었습니다.
내 품에 고운 꽃 내팽개치고 산천경계 넘나들며
탐하는 마음이 앞섰을까요?
다만 답답함에 맑은 바람 한 움큼 부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여기저기 상처만 가득합니다.
잔인한 봄날이라더니
손톱자국 패인 날들이 침묵으로 흐릅니다.
피지도 못한 진달래 가슴에 담았습니다.
.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
가시는 걸음 걸음
뿌려줄 진달래가 피지도 못했습니다.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려라도 드렸다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려 했는데
봄날 후미진 곳에서 눈물 한 방울쯤
흘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