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호호호

by 이봄

제목을 뭐라 할까 고민을 했다. 환하게 핀 꽃 한송이 잘라다가 사진을 찍고, 꽃에 어울리는 말 몇 마디 끄적이고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장문의 글이던 아니면 단문의 글이던 간에 제목을 정하고 제목에 맞게 글을 풀어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글을 풀어낸 뒤에 제목을 뽑기도 하는데 오늘은 제목을 먼저 정하고 싶었다.

꽃은 함박꽃이다. 가지 끝에 매달려 달처럼 피는 꽃이다. 초록의 이파리 넉넉하게 나룻배로 띄우고서 출렁이는 물결따라 피는 꽃, 함박꽃은 푸른 밤하늘에 출렁이는 달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달처럼 고요하지만은 않아서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재잘재잘 아이들의 소란함이 있었다. 때로는 덥수룩 수염 가득한 사내들의 호탕함이 시끄럽기도 했고, 어떨 때는 처녀들의 얼굴 붉힌 수다가 있기도 했다. 꽃은 침묵하지 않았다. 언제나 재잘거렸고 언제나 시끄러웠다.

이른 봄날, 양지바른 돌담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따듯했다. 그늘 좋은 벤치에 불어가는 바람처럼 시원했고, 달궈진 대지에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요란하기도 했다. 꽃은 그렇게 피었다. 망설이거나 부끄럼에 얼굴 숙이지도 않았다. 동산에 떠오른 보름달처럼 웃었다. 함박웃음으로 피었다.

달콤한 향기가 어둠에 묻어 끈적거렸다. 꽃은 하얗게 어둠을 밝혔다. 바람에 일렁이는 불빛은 물에 뜬 달빛이었다. 수면 가득 웃음을 쏟아내고 물결을 따라 흘렀다.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진 물길을 따라 흘렀다. 까르르 깔깔 흐르다가 호호 하하 웃었다. 그 웃음이 좋아서 꽃송이 꺾어다가 사진을 찍고 몇 줄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 함박웃음으로 피는 꽃이니까 제목은 '하하하'로 해야겠다"

사실은 그랬다. 꽃송이 하나 곱게 봉투에 담고서 편지를 보내고 싶었다. 받는 이에의 이름 곱게 적고서 주소도 또박또박 쓰고서 보내는 이에는 너를 사랑하는 나, 라고 쓰고 싶었다. 굳이 이름을 쓸 필요는 없었다. 우표를 붙이고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그만이었다. 편지를 받고 봉투를 뜯었을 때 하하하 행복한 웃음이 터지면 분명 넌 알 테니까. 누구의 웃음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것도 세상이 다 환해지는 함박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다.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을 한 이유도 그랬고, 사진을 찍고 다듬은 이유도 그랬다.

연필 꾹꾹 눌러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밤을 달려 해 뜨기 전에 너에게 당도했으면 좋겠다. 밝은 햇살 창에 스밀 때 너의 손에서 웃음이 피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하하하 함박웃음'으로 너의 아침을 열었으면 좋겠다. 새벽, 한아름 웃음을 안고 너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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