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아, 너 사랑해!

오늘 은경이를 만났습니다

by 이봄

멈췄던 벽화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가파도를 위 아래로 관통하는 중앙로의 벽면입니다. 가파도는 마을이 윗마을 아랫마을로 자리잡은 곳입니다. 여객선이 들어오는 제주 본섬쪽이 상동이고 마라도를 마주하는 포구를 끼고 하동이 자리하고 있죠. 그 상동과 하동을 잇는 중앙로의 중앙에는 학교가 있고 정미소며 한전, KT, 보건소 등 관공서가 자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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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중앙로는 서울의 명동길 같은 길이죠. 중앙로를 오가는 관광객의 시선을 처음 끄는 벽면의 벽화작업입니다. 하필이면 멈췄던 작업을 시작하기로 한 날이 복더위마냥 푹푹 찌는 날입니다. 햇살은 뜨겁다 못해 따갑습니다. 그렇지만 남자가 한 번 칼을 뽑았으니 적장의 목은 아니어도 최소한 무라도 베어야겠죠.

대충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구도를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마냥 노가다로 떼우면 그만입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죠. 윤곽선을 잡고 있는데 손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 얘 여기 좀 봐. 은경아, 너 사랑해! 고백을 하래"

"정말 그러네. 은경아, 넌 좋겠다. 이렇게 고백도 받고. 호호호"


대화가 정겹습니다. 얼굴엔 환한 미소 피어나고, 목소리는 웃음으로 해맑았습니다. 네, 맞아요. 드디어 은경이를 만났습니다. 진심을 다해 고백을 하면 말이 꽃으로 핀다 얘기했었죠. 정말 그랬습니다. 짧은 문구 읽으며 행복해 하는 은경이를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붓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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