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선물, 오늘

마음자리 피어난 꽃 불러다 너에게 보내

by 이봄

잠들기 전 약속받은 무엇이 없으니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이라서 특별한 시간일 수 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자정을 넘기고 밀려오는 피곤함에 잠들었다 치자. 내일 반드시 아침을 맞게 될 거야!, 언질이라도 받았다거나, 난 반드시 내일을 맞이 할 거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매일 잠을 통해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있듯 오늘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침 귓가에 재잘거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오고 죽었던 몸뚱이 스르르 깨어났을 때 비로서 우린 오늘이란 특별한 시간을 선물 받는다. 뿌옇게 동터오는 새벽이 선물이고, 이내 찾아드는 바람과 햇살, 지겹도록 도망치고 싶었던 온갖 고민마저도 새롭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늘 반복되는 거리와 종종거리며 달려가는 출근길도 단지 익숙할 뿐 어제와 같을 수는 없다. 익숙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낯섦이 거기에 있다.

오늘도 난 내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을 곱게 풀어 그 속에 담긴 익숙한 선물들을 꺼낸다. 몇 시간의 안락함을 주었던 이부자리며 늘 누군가와의 끈 놓치지 않게 인연을 만들어주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창문을 열고 밤새 내뿜었던 죽음의 호흡들 바람으로 씻어내고서 가슴 가득 새롭게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을 한껏 들이켰다. 상쾌한 바람이다. 풀이며 꽃들의 향기에다 비릿한 바다 냄새까지 뒤섞인 바람이다. 아, 얼마나 좋은가? 나도 모르게 비명처럼 짧은 말 토해내고서 어슬렁 마당을 거닐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오늘을 만끽한다. 하루의 시작은 어제처럼 그렇지만 어제의 내가 아니므로 오늘도 어제가 아니다.

쌉쓰름 시큼 뒷맛으로 남는 고소함에 향기로 유혹하는 커피 한 잔을 내려들고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하던 말, 끝내 매듭짓지 못한 아쉬움에 말들의 꼬리를 움겨쥐었다. 하려던 말과 하고 싶은 말들이다퉈 '저요, 저요? 여기요, 여기요?' 안달을 떤다. 뭐면 어떻고 무엇이면 어떨까? 앞 뒤 없이 나서는 말들 붙잡아다 몇 줄의 말 적고는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커피 한 잔의 여유. 그리고 그대 떠올려 마주하는 사랑..."

곱게 포장된 오늘이란 선물은 달콤하고 향기롭다.

익숙했던 것에서 한 발 물러나 마주하는 낯선 것들, 요리 조리 바라보다 가위를 들고 하나 둘 잘라 모았다. 키 작은 여뀌 둘에 키만 훌쩍 큰 개망초 하나. 너풀너풀 줄기잎 싱그러운 강아지풀도 자르고서 갯무 꽃대에다 노란 민들레꽃도 잘랐다. 마당에서 자유로와 더 예쁠 것들 억새 이파리로 질끈 묵어놓은 이유는 오직 하나. 자유로와 아름다울 그것보다 더 어울릴 누군가에게 날아가 달콤하고 향기로운 말 속삭여주었으면 해서다.

"그대 일어나세요. 아침이 좋아요!"

가파도의 오늘은 그랬다. 어쩌면 매듭짓지 못하는 말들 하도 많아서 늘 끝말잇기 하는 아이처럼 말꼬리 움켜잡고서

"잘 자요 그대! 잘 잤나요, 당신?"

아침을 열고 밤을 닫을 것만 같다.


오늘은 그래서 늘 특별한 선물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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