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향으로 날 깨우고, 고양이 귀여움으로 저녁을 줘요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고요. 마당을 서성이며 뭔가를 찾게 되고, 마을길이나 해변을 걷다가도 눈에 띄는 뭔가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돼요. 매일 마주치는 풍경이니 특별한 뭔가를 매일 찾아낸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요? 어제의 텅빈 보리밭에 느닷없이 꽃무더기 생길 이유도 없겠고, 어제까지 멀쩡하던 해변에 고래라도 한 마리 헐떡거릴 게 없으니 더욱 그래요. 그렇지만 하루에 하나, 아니면 이틀이나 사흘에 하나라도 당신을 향한 고백의 글을 남기고 싶어서 귀 쫑긋에 놀란 토끼눈을 하게 돼요. 섬을 뒤지는 무슨 넝마꾼이라도 된듯이 말이죠. 그러다 만나는 들풀 하나에 시선이 머물면 '심 봤다!'를 외치게 되고 그래요.
사랑을 하면 보게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래요. 보이는 것 보게 되는 정도가 아니라 없는 것 마저 생각을 비틀어가면서 찾게 되네요. 누가 시키는 일이라면 이렇게 마음을 쏟을 수 있을까 싶어요. 천 금의 돈을 준다고 해도 손사레를 칠 일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나는 마당을 서성이다가 괭이밥 노란꽃 하나와 상큼하게 자라나는 애플민트를 끝내 자르게 됐지요. 잘 잤나요?, 하는 아침 인사만으로는 어쩐지 당신의 아침이 허전할 것만 같았습니다. 햇살 스며드는 창가에 한들거리는 나팔꽃 한송이 피우고 싶었습니다. 보라빛 꽃송이 춤을 추듯 흔들고 가는 바람이라도 보내고 싶었지요.
늘 그렇듯 사진을 찍고 잎새며 꽃송이 매만졌지요.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쁘고 싱그럽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니까요. 거울 앞에 선 당신의 손길에도 날 생각하는 마음이 깃들듯 풀꽃 하나 보내는 것에도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화사한 얼굴에 하루를 온통 상큼하게 채워줄 향기를 묶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건드리면 민트향 비눗방울 터지듯 경쾌하게 향기가 터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은 재잘재잘 옹알이로 인사를 하고 민트는 느닷없는 상큼함으로 터지는 거예요.
"어머? 웬일이래~~~!"
놀라 행복한 여인이 그대였으면 합니다. 기껏해야 말 몇 마디와 흔한 풀꽃 앞세운 고백이라서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게 고작입니다. 버선코 뒤집어 보이듯 내 마음을 다 보인다고 해도 결국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은 들꽃 하나가 고작입니다. 지나가는 바람 붙들고서 저기 어디쯤 그대 있으니 지나는 길이라면 시원스레 한 번 불어주길 부탁을 할 뿐...
라면 한 그릇과 참치김밥 한 줄 앞에 놓고서 '있잖아, 난 니가 정말 좋아. 사랑해!' 고백의 말을 남기고는 어쩐지 쑥쓰러워 화장실로 달아나는 청춘의 고백입니다. 그래서 때로 얼굴 빨개지는 나라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이 떠오릅니다. 알람에 저장된 당신이라도 된듯 눈을 뜨면 머리며 가슴을 자연스레 채우고 말지요. 당신의 미소와 웃음소리가 심장을 뛰게하고, 살냄새 은은하게 가슴을 채워 향기롭습니다. 당신은 그렇습니다. 괭이밥 노란꽃 한송이와 초록민트로 당신의 아침을, 하루를 깨우고 싶었다지만 결국 당신이 내게 그런 사람입니다. 향기로 열고 웃음으로 닫는 하루가 당신입니다.
오늘도 섬을 돌아다니며 뭔가 특별한 것 없을까 찾게 되겠지요. 없어도 그만입니다. 특별하지 않다고 해도 마음을 담으면 특별한 것으로 변이할 거라서 그래요.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특별합니다. 늙어서도 이렇듯 뜨거운 마음일 수 있구나 하는 요즘입니다. 그게 좋아서 사진을 찍고, 글씨를 쓰고, 고백의 말들을 소환합니다. 김밥 한 줄, 라면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서도 고백하게 됩니다.
"있잖아, 난 니가 좋아. 은경아 사랑해!"
행복한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