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버린 손을 봅니다

늙었어도 고맙다는 생각입니다

by 이봄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이 보게 되고, 만지작이게도 되는 손을 보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들여다보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눈으로 보아왔던 손과 카메라의 렌즈에 잡힌 손은 느낌부터 확연히 다르더군요. 마치 그런 거와 같았습니다. 어느 날 노래방에서 목청껏 불러제낀 노래를 다음 날 녹음테이프로 듣다가 다들 그랬을 겁니다.

"뭐야? 누구지? 이게 나라고?"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표 봇짐으로 지고 나르다가 알게 되지요. 몸을 통해 내가 듣던 목소리와 공기 중의 공명으로만 들리는 목소리는 이렇게 다르구나. 맞아요. 내가 듣는 목소리는 귀로만 전해지는 목소리가 아니죠. 뼈와 살을 울림통으로 해서 전해지는 몸뚱아리의 울림이 더해진 목소리를 듣는 겁니다. 그러니 노래방의 녹음테이프와 내가 듣는 소리는 전혀 다른 게 맞습니다. 애꿎은 노래방과 노래방의 멀쩡한 녹음기를 더는 욕하면 안 됩니다. 소리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했습니다. 렌즈에 온전히 피사체로 잡힌 손은 생각보다 검고 거칠었습니다.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이 매말랐고, 주름은 또 어찌나 많고 거칠던지요. 몰랐습니다. 늙었구나 하게 되네요.

탄력없이 마른 손을 보는데 웬지 처량하다고 생각했지요. 눈으로 보던 나는 적어도 이정도일까?, 했거든요.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고 떠들던 나라서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압니다. 모를 수가 없지요. 친구들과의 술자리만 해도 지난 날과 지금이 확연히 다르지요. 해를 보고 시작한 술판은 해를 보면서 작파를 하고 바로 출근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있었던 게 아니라 잦았던 기억입니다.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도 지기 전에 시작한 술자리를 동트는 아침까지 잇는다니요? 지금은 도저히 상상불가입니다. 그러니 늙었구나?, 하지 않을 수 없겠죠. 너무 극단적인 비유였을까요? 늙었구나 하는 증거들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기도 하고, 너무 적나라한 이유는 서글프기도 해서 입에 담지 않겠습니다.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어디 달라지는 거 있기나 하겠어요?

늙은 손 확대까지 해가면서 보았지요. 어쩌겠어요. 쪼그라들고, 탄력도 하나 없이 거칠다고 해도 어쩌지 못하는 손입니다. 살아왔으니 망가지고, 삐걱거리고, 반짝이던 도색도 퇴색됨이 맞겠지요.

밉상이라도 미워할 수 없는 손입니다. 짧고 마디 투박해서 섬섬옥수의 근처에는 다가서지도 못하지만 삶의 충실한 보조자였지요. 대단한 재주는 없어도 머리가 상상하고, 가슴이 설레 그리던 것들 묵묵히도 만들어내던 손입니다. 옛날엔 이랬어?, 하는 말이야 다들 집에서 키우는 금송아지 얘기겠죠. 하지만 요녀석은 지금도 그렇지요. 날마다 당신 사랑합니다 하면서 띄우는 연서는 오직 녀석의 손끝에서 만들어지지요. 늙어서도 이토록 타는 열정 하나 하나 녀석의 손을 통하고서야 비로서 볼 수 있는 그림이 됩니다. 백 날 설레고, 백 날 심장 뛰어봐야 표현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겠죠. 그래서 고운 손입니다. 다독여줘야 할 손이지요.


사랑합니다. 당신!

오늘도 당신 있어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당신께 고백을 합니다. 못생긴 녀석의 공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