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빼앗긴 마음

돌려받고 싶지 않아....

by 이봄

내 손에 쥔 떡보다 남의 손에 들린 떡이 더 커 보인다, 는 말이 있듯이 내 것을 빼앗겼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화내고 멱살잡이를 해서라도 되찾아야만 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죠. 어쩌면 빼앗겼던 분함이 있으니 상대의 것도 마저 빼앗아야 분한 마음이 풀릴 겁니다. 아니죠, 분하고 그렇지 않은 문제가 아니라 남의 것을 탐하고 빼앗았으니 법적 처벌도 그에 상응한 게 맞겠지요. 아, 아닙니다. 법적인 문제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니 이쯤에 접겠습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렇다는 얘기죠. 내 손에 쥔 떡보다 상대방의 손에 들린 떡이 크게 보이는 것, 그게 욕심입니다. 대부분 그렇게 남의 것을 보면서 세상을 살게도 되지요. 똑같은 것을 손에 들었음에도 눈은 분별력을 잃고 사시가 돼서 욕심을 부리는 게 내 것이란 놈이 싸지르는 불꽃인 거지요. 이웃과의 다툼도 그렇고, 나라간의 전쟁도 결국은 그렇습니다. 자꾸만 말은 마굿간으로 가고, 배는 산으로 가려고 하네요. 다툼이나 전쟁같은 험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내 것을 빼앗겨서 좋을 사람은 없다는 얘기죠. 허허실실 도통한 도인이거나, 헤죽헤죽 미친놈이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화를 내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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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톡으로 그와 사랑타령을 늘어놓다가 이런 말을 했지요.

"첫눈에 빼앗긴 마음

돌려받고 싶지 않아

영원히 니가 간직해 줘

뺏어간 내 마음"

그리고는 나름 멋드러진 제목도 붙였지요. '사랑'이라고... 유치하고 닭살스런 말인가요? 하기는 묻는 내가 정신 빠진 놈입니다. 맞아요. 유치하죠. 저런 말을 하는 장본인도 때론 닭살이 돋기도 합니다. 게다가 피 끓는 청춘도 아닌데 어디 어울리기나 할까 싶기도 하지만, 살짝 마음을 달리 먹으면 영 불편한 말 만은 아니다 하게도 됩니다. 사실이 그러니까요. 첫눈에 빼앗겼지요. 마음이란 놈, 분명 내 것임에도 온통 그가 차지하고 있었는 걸요. 내 것인데도 내가 없는 마음은 이미 내 마음이 아닌 거지요. 빼앗겼다는 말이 맞습니다. 두고 두고 보다가 조금씩 조금씩 넘겨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순간의 일이었지요. 찰나지간에 내 맘은 그의 손에 쥐어졌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실실거리는 날은 늘어나고 혼자 돌아앉아 웃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지요. 좋았습니다. 그래, 이왕 가져간 거 뿌리째 뽑아 가져가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내 것을 빼앗기고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건 세상 단 하나, 마음 뿐일 겁니다.

이젠 돌려줄 테니 가져가? 하는 말을 할까봐서 한쪽 귀를 닫았습니다. 혹여라도 그런 말 삐죽이기라도 한다면 남은 귀마저 대못을 박아 닫을 판입니다.

"그대가 영원히 간직해줘요! 돌려 달라는 소리 안 할 테니..."

그의 손에 들린 내 마음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요. 오늘, 한가한 틈을 타서 아이들처럼 이렇게 손가락 하트도 만들었습니다. 나이도, 체면도, 내세울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가 원한다면 더한 짓은 못할까요. 조금은 유치해도 좋습니다. 때로는 벌거벗고 춤이라도 추라면 그럴 수도 있지요. 웃어 행복할 수 있다면 체면이니 하는 따위는 별게 아닙니다. 나잇값이란 말도 그렇습니다. 걸음마도 못 뗀 아기도 엄마를 향해 온몸으로 기어 품에 안기지요. 품에 안겨 환하게 꽃처럼 웃어도 주고, 때로는 알 수도 없는 옹알이로 사랑한다 옹알옹알 말을 합니다. 표현입니다. 날 사랑해 주니 나도 이만큼 엄마를 사랑해요 하는 몸짓이지요. 옹알이 하는 아기도 하는 표현을 나잇값이란 말로 닫아놓고서 헛기침이 가당키나 할까요? 손가락 하트 만들고서 오늘도 고백의 말 하나 남깁니다.


"첫눈에 빼앗긴 마음, 돌려받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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