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중에 말이 부서질 때 나는 절망한다
툭 소리 하나 남기고 떠나련다.
그 마저 거추장스러울 땐 소리도 없이
툭 낙엽으로 가련다.
미리 미리 팔 다리 혈액을 끊어
노랑으로 빨강으로 물들이고서
어쩌면 황갈색 칙칙해도 무에 서운할까?
연두로 올망졸망 봄날의 햇살은
간질간질 따듯했다.
여름날의 햇살은 또 어떻고?
초록은 햇살에 들끓어 얼마나 찬란했던가.
이르다 싶은 이별에
서운해 마라.
움트고 바람에 나부꼈으면 되었다.
천 년을 땅에 뭍혀 꿈만 꾸는 놈들
푸른 영혼으로 밤하늘을 떠돈다 했다.
백지에 새빨간 도장 하나
힘껏 눌러 찍을 수 있음이 오늘의 선물이다.
그것은 마치
갈라터진 논바닥에 콸콸콸 소리도 요란케
쏟아져 들어가는 봇물이라면,
백 번의 프로포즈로 완성된
사내의 사랑보다 더 심장뛰는 설렘이라면,
백일기도 백팔배의 간절함 끝에
마침내 삼신할매 굽은 허리 들쳐업고
금줄을 치는 것 같다하면,
행여라도, 혹여라도 느닷없는
돌팔매에 이마 찢어지려는지 모르겠다.
심장은 오늘도 설렘으로 붉은 피 퍼올리고,
혈관을 타고 돌아치는 꿈들은 붉어서 좋다.
열흘의 붉음이야 허망한 낙화로
끝맺을 터이지만 백 일이고, 천 일쯤
붉어 향기로울 꽃 하나 꿈으로 피었다.
너의 꿈이 뭐냐?, 묻지 않으마.
내 독단으로 어림짐작 어설픈 돗자리도
애당초 깔지 않으마.
너는 분명 너의 꿈 하나 품었을 테고,
가지 끝 매달린 이파리 하나 골라
물을 끊고, 마음을 끊는 선택을 했다.
생존을 위한, 꿈을 위한 아픈 선택임을 안다.
마침내 다 끌어안고 갈 수 없는
시간이 왔을 때 너의 선택은
아픔이고 꿈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안다.
나는 어떨까?
어떤 순간이면 절망을 알까?
그래서 마침내 너의 선택처럼 팔과 다리
혈액을 끊고, 마음도 닫아 잘라낼 수 있을까?
노랗고 빨갛게 처연한 단풍
물들일 수 있을까?
툭 하고 떨궈낼 단풍 한 잎 만들 수 있다면
웃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다.
뱉어내는 말들이, 내 마음이 마침내
허공을 떠돌다 먼지로 부서진다면,
그런 날 온다 하면 나는 절망할 거 같다.
더는 말이 필요 없고,
더는 몸짓이 우스꽝스러워질 때,
노래도 멈추고, 춤사위는 옛날 아득한
전설로 남을 터였다.
그렇겠지. 의미가 사라지고 꿈이 조각나면
분명 나는 단풍 한 잎으로 툭 떨어질 테다.
소리마저 사치스럽거든
입술 앙다물고 다만 낙엽으로 떨어질 테다.
오늘은
붉은 도장 힘껏 찍을 수 있어
꿈을 꾼다.
심장은 아직 설렘으로 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