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by 이봄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만났습니다.

사치스런 말들이고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햇살 한 줌, 바람 시원한 한 줄기,

흔들리는 갈대들의 군무,

갈대숲의 개개비와 개개비에 잡힌

꼬물꼬물 몇 마리의 벌레와

노란 주둥이 잔뜩 벌려 안달떠는 새끼들...

그리고 또

섬 속의 들고양이와 부서지는 파도,

눈인사로 정다운 사람들,

열 넷의 꼬마들과 고만한 초등학교,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분꽃과

붕붕 날개짓 바쁜 나비 서넛에

주둥이 가득 꿀을 머금은 꿀벌 무리들,

봄날의 토요일과 비오는 여름의 금요일이

또한 그렇습니다.

돌아보면 온통 선물입니다.

사치스럽다 싶을 선물이라서 오히려

부담스러운 말들입니다.

가져도 될까?

정말 내꺼야?

되묻던 유년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대, 당신, 그리움

한 장의 손편지와 그 속에 담은 마음 두엇,

눈에 띄는 예쁜 것들 곤충채집 과제물처럼

하나씩 둘씩 마음에 담게되는 행위와

덩달아 설레고야 마는 마음이

과분한 선물입니다.

받아든 선물 손바닥위에 모셔두고서

예쁘게 매듭진 리본 끝자락만

하냥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풀 수가 없네요.

너무 놀라 엉덩방아라도 찧을 것만 같습니다.

지나치다 싶은 선물을 이미 받았습니다.

그것마저도 내 것이 맞나 싶은데

날마다 햇살은 뜨고

짹짹 새소리는 또 얼마나 명랑한지요.

삶이 선물이라 했던가요?

맞아요.

당신을 만나서 알게 되는 말들이 곱습니다.

모르던 말들은 아니었지만

품에 든 말이 그처럼 따듯하고 유쾌했다는 걸

오늘에야 새기고 있습니다.


마당의 괭이밥 이파리

꽃처럼 붉게 맺혔더군요.

당신에게 고백하고 싶던 날에 만났습니다.

"당신 사랑합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선물이 차고 넘쳐 행복한 요즘입니다.

또 하나의 선물을 받고야 마는군요.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불안함도 더하게 됩니다.

당신 선물처럼 내게 오시었듯 세상이

온통 선물이라서 당황스런 저 입니다.

설마, 너무 지나쳤다 빼앗는 일은 없겠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작아 초라하지만 당신께 저도

선물 하나 보냅니다.

부디 웃음으로 받으시길 바라는 마음

살짝 얹어 보내요.

받으셔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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