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입니다

물어 주세요?

by 이봄

나뭇잎은 짙푸른 바다로 돋아 짭쪼름 갈매기를 부르고, 날던 새들은 염전에 앉아 목을 축였습니다. 소금 한 줌 품에 품고서 바람은 또 얼마나 청량한지요? 바람은 짭쪼름 고등어조림처럼 불었습니다. 섬에 하나 밖에 없는 샘에선 고래 한 마리 난장을 치고, 여객선 목 빠지게 기다리던 포구엔 느닷없이 버스 하나 경적을 울리며 달려들었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차창에 꽂힌 행선지는 화성의 어느 위성도시를 떡하니 적어 놓았습니다. 바람은 돌덩이처럼 무거워서 몇 걸음을 불어가다 며칠씩 쉬어가고, 찰랑이는 물결은 회반죽 끈적하게 부풀어 돌이 됩니다. 꽃은 피어 악취를 풍기고 화장실에선 오히려 산들바람 끝도 없이 불었습니다. 남극의 야자수 그늘에서 나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북극곰은 적도의 유빙에서 물개 사냥에 여념이 없습니다. 됫박으로 얼어붙은 고드름과 밤을 밝히는 태양 정수리에 이고서 적도의 밤은 하얗게 졸았지요. 그랬습니다. 보드라운 억새가 바람에 휘청거리고 갈대는 발톱을 곧추세워 으르렁거렸습니다. 낮달은 이글거려 뜨거웠습니다. 해바라기 곱게 꽃잎을 접을 때 의기양양 달맞이 꽃은 정오의 햇살에 꽃을 피웠습니다. 허리 편 새우가 바다를 유영할 때 긴수염고래 한마리 수초에 숨어 잔뜩 허리를 굽혔습니다. 세상은 그랬습니다. 달은 낮에 떠 눈부시고 해는 산마루에 기대 부끄러웠습니다.

온통입니다. 온통 생각은 그대에게 있습니다. 낮달이 이글거리는 낮이거나 햇살 보드라운 밤이거나 그랬습니다. 해바라기는 하얀 밤에 목을 빼고, 달맞이꽃은 까만 낮에 흐드러졌습니다. 우리 통하나요? 물어 주세요. 그러면 대답은 하나 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정해진 모범답이기도 합니다.

"온통이야, 온통!"

온이란 말이 있습니다. 100을 이르는 옛말이기도 하고, 온전한 것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란 의미도 담은 말입니다. 우리 통하나요?, 하는 물음을 위한 정해진 답이기도 하지요. 세상 온갖 것을 얘기하는 100을 가져다 붙여도 그렇고, 온전한 마음을 담아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온통 빼앗긴 마음도 그렇지요. 온통 그렇습니다. 그대로 해서 만들어진 세상이 어떻든 나는 좋았습니다. 까만 낮에 달빛 밝아도 그만이고, 하얀 밤이면 또 어떨까요. 부엉이는 아침부터 사냥으로 바빴고, 독수리는 검은 그림자 드리우며 밤사냥에 정신이 없어도 그만입니다. 별은 원래 낮에 반짝이는 거였습니다. 바람은 돌덩이로 무겁고, 구름은 산기슭을 기어오르며 비를 뿌렸습니다. 안개는 투명해서 길은 환했지요. 밤이면 등대 목이 쉬게 울었습니다. 괭이갈매기 컹컹 개처럼 울고, 나는 새우깡 하나 던져 상어를 낚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떼지어 고등어가 하늘을 날 때 청둥오리는 바다속에서 파도처럼 유영했습니다. 파도 파랗게 부서지는 갯바위에 앉아 그대를 봅니다. 오늘도 포구에 버스 들어오고, 낮달은 뜨겁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아, 파란 나뭇잎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짭쪼름 바닷바람이 불고, 나는 파도를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에 별들이 찰랑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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