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로 내린다
그리움 어디 하나 둘이랴!
사랑은 또 어떻고?
그리움에 사랑
주머니 불룩하게 우겨넣고서,
때로는 가방가득 들쳐매고서,
봄부터 겨울까지 길을 걸었다.
꽃보다 눈길 빼앗던 움들의 향연
여린 연두로 피어날 때,
부시럭 부시럭
그리움 하나 내려놓았다.
동면에서 깨어난 목숨들 꼼지락
살았음을 웅변할 때 아지랑이는 또
얼마나 아롱졌는지 핏발 선 눈은
어지러웠다.
벌 나비 서로를 희롱하기에 볕은 짧고
너에게 가는 발길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아해야 꼬삐 바트게 쥐어라.
해걸음만 바빴다.
턱까지 밀어붙인 숨 헐떡거리던 날
아스팔트는 노근노근 발자국 하나 남기고
약삭빠른 어떤 놈 달걀 하나 붙이려는지
날마다 달궈 알불로 탔다.
아, 8월의 무심함 멀뚱이 바라보다가
들쳐맨 사랑 두엇 길바닥에 흩뿌리고서
합죽선 활짝 펴 바람 한 줄기
만들고 싶었다.
어디로 불어갈 바람이랴?
묻지를 마라.
길은 멀고 골은 깊다고 해도 결국
그에게로 가야할 바람이다.
건듯 바람 불거들랑 내 마음이라 여기시길
마음도 매달아 불어갈 바람이다.
.
.
.
.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움 바람으로 부는 여울,
사랑은 넘실거리는 여울물 위에
서넛의 징검다릿돌로 머물렀다.
그리움과 사랑
계절을 건너고 세월을 건내주는
돌다리였다.
띄엄띄엄 어설프다 마라.
놓여진 다릿돌 사이로 난 틈은
미움도 흘러가고 뾰루퉁 토라진
감정의 찌꺼기 시원하게 씻겨 앙금이 없다.
거르고 흘려보내고야
너와 나
마침내 남은 그리움 하나 사랑 둘
꽃불로 태워가며 행복할 터였다.
.
.
.
.
초록이 짙어 검푸르던 능선들
겹겹이 쌓인 색종이로 알록이고.
부는 바람은 마치 무지개 풀어헤친
꽃타레로 천지간을 희롱하면
가던 길 멈추고서 술병 하나 꺼내 들고
밤이 새도록 휘적여서 좋았다.
술잔 기울여 벌게진 얼굴,
숲이려나?
타닥이는 불꽃이려나?
너 타고 나도 타고
매캐한 들불은 가을이라 불렀다고 했다.
불쏘시개로 타도 좋으려니
그리움 두어 줌 사랑도 서너 줌
아궁이 가득 던져두고 나는 다만 취했다지.
봄부터 가을까지
머물던 자리마다 그리움 하나 사랑 둘
남겨놓았다.
불룩하던 주머니와 들쳐맨 가방은
어느 새 홀쭉하게 꺼졌다.
바람빠진 풍선위에 하얗게 바람이 불고
언 땅에는 소복하게 눈이 쌓였다.
내려논 그리움 움을 틔웠을까?
사랑은 얼마나 자라 가지 무성하려는 지?
생각이 알알이 쌓이는 날은 겨울이다.
이불에 파뭍혀 그대에게 달음박질 치는 날들,
뭉근이 전해지는 온기와
소담스레 내리는 마음이 담장마다
눈꽃으로 쌓였다.
쌓여서 좋을 마음들 징검다리 건너
겨울문을 두드린다.
그대 잘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