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맑은 물 자맥질로 행복하다
유년의 어느 여름날에 발가벗은 녀석들 자지러지게 깔깔거리며 물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길가 은사시나무 그늘을 하나씩 뛰어건너며 집으로 가는 길은 어찌나 멀던 지, 사내녀석들 가다 쉬다, 놀다 가다 하루 해가 짧았다. 신작로 찻길로 쌩하니 자동차 하나 달려가면 땀 범벅에 먼지 범벅, 흙먼지로 꼬질거려도 뭐가 그리 좋았던지 그늘 섬 건너가며 웃고 또 웃었다. 그러다가 만나는 개울가 버드나무 우거진 그늘에서 앞다퉈 옷을 벗어 알몸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개헤엄에 물장구만 바빴는데도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했는지 몰랐다. 오는 길에 스리슬쩍 따온 참외며 토마토 몇 개 개울물에 띄워놓고 한참을 첨벙거리다가 마침내 파랗게 입술 떨라치면 마당바위에 걸터앉아 깨어 먹던 참외는 또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었는지 모른다. 녀석들 줄을 지어 멍석에 널어 말리는 고추처럼 달궈진 바위에 누워 몸을 데우고, 따끈한 넓적 돌 귀에 가져다 대고서 귀에 들어간 물을 뺀다 폴짝이기도 했었다. 발가벗은 녀석들 부끄럼도 몰랐던 시간이었다. 입술 파랗도록 첨벙거리던 여름은 오 리 길. 어찌나 멀고 멀었는지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기울고, 배는 꼬르르 아우성을 치고서야 집에 돌아가던 먼 길이다.
유년의 시간에서 어느덧 사십 년의 세월이 흘렀고, 날은 연일 폭염이란 말로 도배를 한다. 오 리 길 흙먼지 날리던 신작로는 아스팔트 곱게 포장이 됐고, 쉬엄 쉬엄 건너던 은사시나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가던 길목에 여전한 건 오래된 교회와 늙은 전 나무 다섯 품을 키워 한껏 푸른 것이 고작이다.
마당 가운데 모깃불을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옥수수 뜯으며 바라보던 별이 좋았다. 마치 눈 앞에서 찰랑거리던 별 어느 순간에 우수수 머리위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때때로 눈 따갑게 몰려가던 모깃불에 별들이 촉촉히 젖기도 했었다. 좀처럼 잠들지 못했던 밤, 마당을 서성이다가 유년의 별들과 마주했다. 그때의 별이나 오늘의 별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세월은 덧없이 쌓여서 귀밑머리 하얗게 세월에 바래고, 나는 추억을 곱씹었다. 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별은 여전하고, 나는 또 가슴에 별 하나 띄워놓고서 밤이 새도록 별바라기로 목이 뻐근했다. 벌거숭이로 풍덩 뛰어들던 개울물 돌돌돌 여전히 흐르고, 너는 내게 별이 되었다. 늘 반짝거려서 바라보게 되는 별이었다. 때로는 은하수 맑은 물로 흐르고 나는 날마다 풍덩 뛰어들어 자맥질을 했다.
유년의 개울물에 띄웠던 참외 서넛 시원해서 좋았듯, 은하수 맑은 물에 그리움 하나 띄워 좋았다. 오늘도 자맥질로 새벽이 밝아오겠지. 너는 내게 별이 되고, 나는 부끄럼도 없이 벌거숭이로 뛰어들어 자맥질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