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가 오려나요?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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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도 어둑어둑 내려앉은

가을이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정수리를 비껴간 해가 짧은 그림자

짙게 드리우는데도 새벽인 듯,

저녁인 듯 시간이 뒤엉켰습니다.

가뜩이나 잠에 취해 맞이하는 아침인데

비몽사몽 헷갈리고야 맙니다.

아, 정오의 햇살 반짝이는 시간이 내겐

남들의 아침입니다.

살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짜맞춰진 요즘입니다.

낮과 밤이 오롯한 모습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낮과 밤 적당히 얼버무려

비빔밥같은 날을 먹고 있지요.

때론 고소하고 아삭한 밥이기도 하고,

때론 지겨운 밥이기도 합니다.

누구나의 입맛이 그렇겠지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때로 컵라면 하나가 입맛을 당기고,

'아, 잘 먹었다!'

얘기하게도 됩니다.

달걀 지짐 달처럼 띄워놓고 참기름 또르르

떨궈도 고소하지 못한 날이 있지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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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가마에 볏짚을 넣고

콩깍지 듬뿍 섞어서 여물을 끓였습니다.

허옇게 김이 피어오르면 어찌나 구수한

냄새가 났는지 모릅니다.

예전엔

늦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소를 위해

여물을 뜨끈하게 끓여 먹였지요.

그 여물 속 누렇게 익은 콩은 또 얼마나

구수하고 고소했는지 모릅니다.

사람이나 소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구유에 여물을 쏟으며 주워먹던 콩이

가을이 돼 구수하게 살아옵니다.

꾸역꾸역 돋아나는 그리움 몇 조각,

목에 걸린 가래처럼 울컥이게 합니다.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 합니다.

목울대에 걸린 사레와도 같습니다.

"가을...."

목에 걸린 가을이 가을 가을 우는 날입니다.

추억만 알알이 땀방울로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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