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고 꽃은 만발했어요
.
.
당신, 혹시 아시나요?
시월 상달이라고 날은 어찌나 맑고,
바람은 수정처럼 투명했어요.
어쩌면 커피 한 숟가락에
온갖 향신료 두어 숟가락 풀어 만든
꽃바람이 향긋하게 불었습니다.
귀밑머리 새기 시작한 청춘부터
이미 설악의 눈발 온전히 내린 청춘까지
염색의 힘이 아니라면 은빛 찬란한
노년의 청춘들이 교정에 모여
함박웃음 피워냈습니다.
마치, 열 더댓 살
그날로 돌아가 호호깔깔 숨이 넘어가고
자지러진 몸짓들은 다만 아이들의
그것이었다 해야겠죠.
정말 그랬습니다.
파란 하늘가에 꼬물꼬물 꼬리치는
송사리 떼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검정 고무신에 송사리 몇 마리 잡아두고서
마냥 행복했던 유년의 날이었다
얘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이었죠
.
.
.
.
행복한 가을이었습니다.
꽃으로 피었습니다.
누구는 향기 좋은 소국으로 피고,
누구는 굳이 구절초 하얀 꽃이고 싶다고
우격다짐을 했지만 그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저마다의 몸짓으로 피고, 향기로울 수
있으니 그것도 참 큰 복이라 한야겠죠.
취해도 좋은 날이라 그랬는지
취할 수 밖에 없는 날이어서 휘청였는지
두서 없는 취함에 흔들렸습니다.
당신이 보았다면
"있잖아, 너 취한 모습 별로였어!"
했을 터였지만 그랬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밤새 일을 하고,
와중에 친구녀석을 만나 또 술 잔을
기울이다 내려가 맞은 운동회였습니다.
무슨 열정이었을까요?
그리운 것들 하나 하나
만지작거리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러고 싶었습니다.
가을로 여무는 인생에서 곱게 물든 단풍
한 잎 손에 쥐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2018. 10. 13일은
오롯한 단풍잎 하나
가슴에 품었고, 손아귀에 쥐어든 날이었습니다.
당신 처음 만난 계절도
오늘처럼 투명한 햇살 맑았던
가을이었지요.
감국 노랗게 피어나는 가을이
그래서 더욱 더 좋은가 봅니다.
가을이 어여쁜 날
끄적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