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넙죽넙죽 잘도 먹지

by 이봄

비 내리는 뒤란

어기적 어기적 두꺼비 한 마리

냅다 잡아다가 무명실 한 가닥

솥뚜껑에 묶어두었다.

윙윙윙 파리 몇 마리

부뚜막을 날다가 황천길로 떠났다.

눈만 끔벅끔벅 요지부동 두꺼비는

긴 혓바닥 활처럼 쏘아 파리를 잡았다.

놈의 식욕은 하늘을 찌르고

하늘가엔 점점이 뿌려진 파리들

속절도 없었다.

장대비 요란하게 쏟아지던 날,

부뚜막의 두꺼비 석상처럼 앉았다.

넙죽넙죽 잡아먹고, 받아먹고,

고놈 참 잘도 먹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묶어두었던 무명실 '톡' 끊어내어

이내 뒤란에 풀어주었다.

인사 따위는 애당초 필요도 없다.

가던 길 바삐 가시어라.

배는 부르고 뒷다리엔 힘줄이 섰다.

빈 방 하나씩 둘씩

장식장이 생기고 책상이 생겼다.

냉장고엔 김치가 하나

장아찌가 둘 새 식구로 들어차고

보는 것만으로 배부른 날들

낙엽처럼 쌓였다.

"고마워요!"

"당신 사랑해, 있잖아 난 네가 정말 좋다!"

때로는 아껴야만 할 것 같았던

말들이 다문 입술을 비집고 나왔습니다.

날자, 날자!

어깻죽지 근질거리며 날개가 돋듯

다문 입 비집고 말들이 새어 나옵니다.

고마워, 사랑해, 다 네 덕분이야!

두꺼비가 됐습니다.

고놈 참 잘도 먹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었습니다.

장대비도 없는 날에

뒤란을 어기적 어기적 걷는 두꺼비입니다.

일주일 먹을 밥이 냉동실을 채우고

향긋한 과일들 계절을 잊고 여뭅니다.

아, 이렇게 마음을 받고

사랑을 받아먹습니다.

고놈 참 잘도 먹지!

깨진 항아리라도

평생 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두꺼비의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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