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봄

by 이봄


늙은 매화가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복수초 노란 꽃망울은

잔설을 이고 고개를 내밀었다는

얘기도 며칠이 됐다지요.

노루귀며 얼레지는 또 어떻고요.

날마다 한 걸음씩 봄이 오나 봅니다.

산수유 노란 꽃에 자두꽃 흰나비도

몸이 달아 필 터입니다.

난리법석 꽃대궐 봇물처럼 터지고

향기는 술 서 말쯤 아득하게 취하겠지요.

봄이라지요.

바라봐서 좋은 날이라 봄이라 했다는데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화살나무 가지를 헤집고 달아나는

바람의 끝자락엔 남도의 유채꽃이

한 됫박 꿰어져 있고,

파르르 몸서리치던 사시나무는

햇살 아래 호수처럼 반짝입니다.

제 멋에 겨운 시간들이

아지랑이로 아롱거립니다.

참견하지 않아도 알아서 피고,

알아서 움트는 것들이 지천입니다.

온몸에 각인된 억 겁의 시간이

시간을 알고 봄을 얘기합니다.

현기증이 날 지경이지요.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어쩌면 이토록 경이로울 수 있는지...

봄이란 시간은 그런가 봅니다.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날,

봄이라지요.

감탄하다, 놀라다 또 몇 번이고

그 마음 되풀이하게 되는 ....



봄이라지요.

"뭘 그렇게 봐? 뭐라도 묻었나?"

"아니, 아냐. 그냥 네가 예뻐서!"

"에이, 뭐야? 부끄럽잖아..."

내가 매일 마주하는 봄바람 입니다.

향기롭고 어여쁘지요.

아, 어쩜 좋아요.

봄에 취해 길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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