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by 이봄


별도 달도 없는 밤

칠흑의 하늘에 그리움 하나

달 되고 별이 되었다.

바람 불어 가면 찰랑찰랑 소리로 흔들리다가

와락 가슴팍으로 파고 들었다.

따끔거리고 쓰라린 바람

한동안 머물다 물러가길래

동구밖으로 멀어질 때까지 배웅했다.

깡마른 그림자 비현실적으로

길게 휘청였다.

소리도 없는 걸음 걸음

눅진하게 흙바닥에 달라붙어도

존재의 가벼움 탓일까?

그리움만 하나 붙들고 돌아섰다.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그림자만 길게 드리웠다.

어째 눈은 시큰하고 콧등은 덩달아

훌쩍이게 되던 밤에

"딸, 보고 싶다"

글 한 줄 쓰고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할 말 없는 아비는 그래서

소리도 내지 못하는 걸음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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